현대글로비스의 스테나폴라리스호가 15일(현지시간) 러시아 우스트루가항을 출항하기 직전 칼 요한 하그만 스테나해운 회장(앞줄 맨왼쪽), 전기정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장(세 번째) 등이 성공적인 항해를 기원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신경훈 기자
현대글로비스의 스테나폴라리스호가 15일(현지시간) 러시아 우스트루가항을 출항하기 직전 칼 요한 하그만 스테나해운 회장(앞줄 맨왼쪽), 전기정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장(세 번째) 등이 성공적인 항해를 기원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신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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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러시아 발트해 인근 우스트루가항. 북위 60도에 위치하고 있어 예년 같으면 흐리고 비가 오는 시기이지만 하늘은 청명했다. 한국 국적 상선으론 사상 처음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나서는 현대글로비스의 유조선 스테나폴라리스호를 축하하는 듯했다.

역사적인 출항식에는 한국 러시아 스웨덴의 해운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러시아해운연구소 소장과 러시아해양대 총장 등 러시아 내 북극항로 관련 주요 인사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번 운항에 배를 빌려준 스웨덴 선사 스테나해운은 칼 요한 하그만 회장과 한스 닐슨 사장 등 본사 및 계열사 대표와 임원들이 총출동했다.

스테나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깊은 인연으로 화제가 된 적이 있는 선사. 1977년 스테나는 당시 오일쇼크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현대중공업의 건조 실력을 믿고 유조선 11척을 만들어달라고 한꺼번에 주문했다. 덕분에 현대중공업은 경영을 정상화시켰고 이후에도 스테나는 현대중공업에 30여척의 배를 발주했다.

하그만 회장은 “무역 대국인 한국의 북극항로 개척은 세계 물류지도를 바꿀 수 있는 중대한 전환점”이라고 축하했다.

출항을 알리는 테이프커팅이 끝나자 부두에 모인 환송객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길이 183m, 너비 40m의 6만5000t급 스테나폴라리스호는 때마침 불어온 서늘한 가을바람을 타고 옥색 발트해를 가르며 서북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엔진과 프로펠러 2개씩을 갖춰 최고속력 15.5노트(시속 28.7㎞)를 낼 수 있는 선박이다.

우스트루가항에서 나프타 4만4000t을 싣고 한국 광양항까지 30여일 동안 1만5500㎞의 대장정을 하게 된다. 수에즈운하를 거치는 남방항로(약 2만2200㎞)보다 6700㎞의 거리와 10일 정도의 기간이 줄어드는 항로다. 물류비를 30% 절감할 수 있다.

선박은 발트해를 지나 노르웨이 북쪽 해안을 따라 무르만스크 앞바다에서 쇄빙선과 합류한다(출발 후 8일째). 북극해는 바닷물이 얼어 형성된 해빙으로 뒤덮여 있다. 해빙의 평균 두께가 2~3m여서 이를 깨는 쇄빙선을 앞세워야 한다. 북위 66도33분 북극해에 진입해 바렌츠해, 카라해, 라프테프해, 동시베리아해, 척치해를 지나 북극해를 빠져나가면 베링해로 들어선다(출발 후 20일째). 이후 동해를 거쳐 광양항으로 입항하는 여정이다.

북극항로 개척은 지구 온난화로 해빙이 녹으면서 가능해졌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에 따르면 1980년 9월 481만㎢였던 북극해 해빙의 최소 관측치는 2012년 219만㎢로 54%나 줄었다. 선박들이 7월에서 10월까지 4개월 정도 극지방을 피해 북극해의 북위 75도 아래쪽 항로를 이용할 수 있게 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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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글로비스가 시범운항에 성공할 경우 북극항로를 통한 한국과 유럽 사이의 화물운송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북유럽과 중동산 원유를 한국 내 정유시설로 실어나르면 광양항과 울산항이 새 물류 중심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900억배럴의 석유와 1669조입방피트의 천연가스가 묻혀 있는 북극권 자원 개발에도 참여할 수 있다. 동승한 해양전문가 남청도 한국해양대 교수는 “새로운 바닷길이 열리면 한국 항만이 세계 물류의 중심축으로 성장할 기회를 맞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우스트루가=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