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랑크레의 ‘정원에서의 점심 파티’ (1735년께, 캔버스에 유채, 보스턴 미술관)
니콜라 랑크레의 ‘정원에서의 점심 파티’ (1735년께, 캔버스에 유채, 보스턴 미술관)
모처럼 일곱 명의 나리들이 한데 모여 대낮부터 술파티를 벌이고 있다. 식탁을 야외에 차린 걸 보면 아주 끝장을 보겠다는 심사다. 모두 홍조 띤 얼굴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미 거나하게 취한 상태다. 상 아래 늘어선 술병을 보면 이들이 얼마나 많이 마셨는지 짐작할 수 있다.

왼쪽에서 두 번째 남자는 술잔을 이리 빼고 저리 빼고 하다가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한 남자가 뒤에서 머리를 붙잡고 있고 또 다른 남자는 유리잔에 와인을 가득 부어 그의 입에 강제로 쏟아 넣을 태세다. 시중드는 하인들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이 광란의 파티를 지켜보고 있다.

프랑스 화가 니콜라 랑크레(1690~1743)의 ‘정원에서의 점심 파티’는 귀족의 부패가 극에 달한 로코코 시대(18세기) 분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루이14세가 세상을 뜨자 해방감에 젖어 깨어날 줄 모르던 이들의 무분별한 처신은 결국 프랑스대혁명으로 파국을 맞았다. 방종은 경계해야 하지만 랑크레가 묘사한 이 유쾌함만큼은 우리의 것으로 삼아도 좋을 듯하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