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 회담 결렬…대치정국 장기화] 金 "대통령의 사과 있어야"…朴 "前정부 일, 사과요구 무리"
16일 3자 회담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의제는 국가정보원 개혁이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회담 후 열린 민주당 의총에서 “회담에서 1시간30분 정도 얘기했는데 상당 시간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과 관련한) 대통령 사과에 대한 공방이 있었다”고 했다.

김 대표는 3자 회담이 시작되자 미리 준비한 국정원 개혁 문서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건넸다. 문서엔 ‘국정원 개혁 관련 제안서’와 ‘국정원법 개혁 추진방안’ 등이 적혀 있었다. ‘국정원 개혁 관련 제안서’에는 국정원 업무를 국외·대북파트와 국내·방첩파트로 분리하는 것과 함께 수사권 이관, 예산 등 국정원에 대한 국회 통제 강화, 기획조정권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이관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담겼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과거 야당 시절에 주장했던 국정원 개혁 내용과 선진국 정보기관 운용 사례가 포함됐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작심한 듯 국정원 개혁에 대해 준비해온 일곱 가지 사항을 읽었다. 국정원 대선 개입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박 대통령이 해야 한다는 점을 비롯해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 책임자 처벌 △국정원의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무단 공개에 대해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사과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박 대통령의 확고한 입장 △국정원 개혁 절차와 주체 △재판 중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사건의 담당 검사 신분 보장 요구 등이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의 댓글 사건에 대해 김 대표가 대통령에게 “사과할 책임이 있지 않느냐”고 하자 박 대통령은 “국정원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게 없고 전 정권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대통령이 일일이 사과한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사과를 거절했다고 양당의 비서실장은 전했다. 다만 박 대통령은 “재판 결과 사실로 밝혀지면 법에 따른 문책이 있을 것이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그것으로 족하지 않느냐”고 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국정원 댓글 사건 같은) 범죄에 대한 판례를 보면 기소한 뒤 대법원 판결에서 무죄를 받은 확률은 0.6%에 불과하고 측근비리 등은 관련이 없다고 해도 국정책임자가 사과를 하는 사안”이라고 맞받아쳤다.

김 대표의 국정원 개혁 요구에 대해 박 대통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왜 국정원 개혁을 안 했나”라고 되물은 뒤 “국정원이 민간이나 관에 출입하거나 정치에 개입하는 것을 확실히 못하게 하겠다. 혁신적 개혁안을 내놓을 테니 제출되면 국회에서 보완해달라”고 답했다. 김 대표가 제안한 ‘국내파트 폐지, 수사권 분리’ 개혁안에 대해선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엄연한 현실 등을 감안해 국내파트 폐지는 옳지 않다”고 거부했다.

국정원 개혁 특위를 국회에 별도 설치하자는 김 대표 제안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먼저 국정원법에 따라 국정원에서 스스로 안을 만든 다음 국회에서 논의하는 순서로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국정원이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무단 공개했다는 김 대표의 지적에 대해 박 대통령은 “대화록 공개에 관여하지 않았고, (제가) 사과할 일이 아니다”며 “국정원이 대화록을 합법적 절차로 공개했다고 보고받았다”고 했다.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과 관련, 김 대표가 인적 청산 차원에서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박 대통령은 “국정원 개혁안을 금방 공개할 테니 그걸 보고 말해달라”고 답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