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치 국면 해소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 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면서 정국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풍랑 속에 다시 빠져들게 됐다.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한 대통령 사과, 국정원 개혁방안 마련 등 민주당의 핵심 요구에 대해 서로가 기존 입장 차이만 재확인하는 자리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퇴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는 불법사찰 의혹에 대해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정치 공세를 펴고 있다”고 반박하는 등 여야 간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3자 회담이 끝나자마자 여야는 서로의 책임론을 부각시키며 공방을 벌였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담판을 통한 민주주의 회복이나 정국 정상화는 기대난망이란 사실을 확인했다”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암흑의 터널에 들어섰고 짙은 그림자가 드리웠다”고 했다.

민주당은 추석연휴를 하루 앞둔 17일 서울역광장에서 귀성객을 상대로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위한 대국민 홍보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민주당 내에선 ‘원내외 병행’을 전면 재검토해 전면적 장외투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고조되고 있다.

유일호 새누리당 대변인은 “민주당은 경제회복 문제에는 관심이 없고 정쟁을 위한 자기 입장만 주장하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국민 세금으로 세비 받는 의원이 자기 의무를 다하지 않고 길거리에서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40일 넘게 끌고 있는 장외투쟁을 계속 이어가기로 결정함에 따라 2주일 넘게 공(空)회전하고 있는 9월 정기국회의 파행 운영이 불가피해졌다. 결산국회와 국정감사 등 정기국회 일정이 통째로 지연되면서 내년 예산안 심의는 물론 경기활성화 법안 처리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정호/이호기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