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왼쪽),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6일 오후 3자 회담을 마친 뒤 국회 사랑재를 걸어 나오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왼쪽),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6일 오후 3자 회담을 마친 뒤 국회 사랑재를 걸어 나오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담에서 “세출 구조조정과 비과세 감면 등으로도 복지재원 마련이 부족하면 국민의 공감대하에 증세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민 동의’라는 전제를 내세우긴 했지만 박 대통령이 증세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의 비서실장 여상규 의원은 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이 세출 구조조정, 비과세 감면으로 복지재원을 마련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국민 공감대하에 증세도 가능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이 증세에 대해 언급하자 그동안 정부가 강조했던 ‘증세없는 복지’의 비현실성을 인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세출 구조조정, 비과세 감면 축소, 지하경제 양성화만으로는 정부가 공약한 복지재원 134조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을 인정했다는 시각도 있다.

박 대통령은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서민 중산층에 먼저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세법개정안에 반대한다”고 하자 “현 정부의 방침은 서민과 중산층의 부담을 덜어주고 고소득층의 부담을 늘려 그 재원으로 저소득층의 세 부담을 경감시키고 복지에 충당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대표가 “이명박 정부 당시 부자감세와 단호히 선을 그어야 한다”며 고소득자 소득세 및 대기업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자 박 대통령은 “전 정부 때도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는 없었다. 법인세를 높이지 않는 게 내 소신”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면서 “법인세 감세는 세계적 추세로 (법인세 인상 시) 기업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기 때문에 (법인세를) 높이는 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김 대표에게 외국인투자촉진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데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황 대표가 “경제 살리기가 시급하기 때문에 부동산 활성화 관련법과 외촉법을 빨리 통과시키는 게 좋겠다”고 하자 박 대통령도 “(외촉법이 빨리 통과되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가 물거품이 된다. 지금 대기하고 있는 투자도 다른 나라로 넘어간다”고 우려했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고 여 의원이 전했다. 외촉법은 외국인 합작투자의 경우 손자회사가 증손회사의 주식을 50%만 가져도 증손회사 설립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재 증손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필요한 보유 지분율은 100%다.

박 대통령은 무상보육과 관련, “현재 20%로 돼 있는 (서울시에 대한) 국비 보조율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조만간 좋은 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서울시와 기타 지방의 국비 보조율을 기존 20%, 50%에서 30%, 70%로 각각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초연금을 대선 공약에 비해 축소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기초연금에 대해 9월 중 보건복지부가 답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 의지가 확고한지를 묻는 김 대표의 질문에 “확고하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모든 경제 주체들이 땀 흘린 만큼 보상받고 보람을 느끼고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그렇지만 특정 계층을 옥죄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다.

이태훈/추가영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