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자체개발해 14일 발사에 성공한 신형 고체연료 로켓 ‘엡실론’의 군사적 잠재가치는 어느정도일까.

전체 길이 24.4m, 지름 2.6m, 무게 91t의 3단 고체연료 로켓인 엡실론은 발사비용이 일본의 직전 고체연료 로켓 모델인 M5의 절반 수준인 38억엔(약 414억원)인데다 발사준비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조립이 쉽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본 정부는 철저히 자국 우주과학 발전의 성과로 홍보하고 있으며, 일본의 다수 매체들은 과학적 성과와 함께 국제 소형위성 발사 시장을 겨냥한 경제적 효과를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아베 정권이 ‘강한 일본’을 내세우며 군사력과 군사적 영향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는 시점에서 발사에 성공한 엡실론의 군사전략적 의미에 대해 일부 일본 매체들도 주목하고 있다.

엡실론에 쓰인 고체연료 기술은 기본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것과 동일하다. 탑재물을 위성에서 탄두로 바꾸면 곧바로 ICBM이 되는 군사적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아사히 신문은 15일 일본이 1969년 국회 결의에 따라 우주개발을 평화적 목적에 한정해오다 2008년 방위 목적으로 위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우주기본법을 통과시켰는데, 이번 엡실론은 우주기본법이 발효된 이후 일본이 처음 발사한 고체연료 로켓이라고 전했다.

또 마이니치 신문은 “(엡실론을) 곧바로 안보적인 이용에 연결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의 잠재능력을 보여주는 의미는 크다”는 집권 자민당 관계자의 말을 소개했다.

ICBM으로 전용하지 않고 위성 발사에만 쓰더라도 군사적 가치가 있다고 아사히는 소개했다. 기존 일본의 고체연료 로켓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게 발사할 수 있는 엡실론을 확보함으로써 위성을 통한 군사정보 수집이 긴요한 ‘유사시’에 곧바로 위성을 우주로 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엡실론이 일본의 안보적 ‘자율성’을 지원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아사히는 소개했다.

국제사회의 경계섞인 시선을 의식한 듯 일본 정부 당국자들은 엡실론이 가진 군사적 의미를 축소하려 애쓰는 모양새다. 야마모토 이치타 우주정책담당상은 발사 전날인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엡실론 개발 이유에 대해 “우주기본법에서 밝힌 자율성의 확보와 우주 이용의 확대”라며 “어떻게 우주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연결할지를 생각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이번에 엡실론을 일반적인 ICBM보다 크게 만들어 차량을 통한 이동을 못하게 한 것은 ‘군사목적에 사용할 수 없다’는 암묵적인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