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아내의 외도를 의심하던 전모(42)씨는 지난 4월 인터넷에서 '바람피운 배우자 속옷에 뿌리면 정액에 반응해 붉게 변한다'고 광고하는 '불륜시약'을 8만 5천원에 주고 샀다.

아내의 속옷에 불륜시약을 뿌리자 검붉은색으로 변했다.

전씨는 불륜시약 제조·판매자 이모(68)씨에게 이런 반응 결과를 문의했다.

이씨로부터 '아내가 바람 피운 것이 확실하니 흥신소에 의뢰해 확실한 물증을 잡아라'는 답변을 들은 전씨는 아내를 끈질기게 추궁했다.

그러나 아내는 줄곧 외도 사실을 완강하게 부인했고, 전씨 부부는 이혼 위기에까지 놓였다.

결국 불륜시약이 이상하다고 생각한 전씨는 민간 유전자연구소에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불륜시약을 뿌린 아내의 속옷에는 정액이 묻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씨는 이씨를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 수사 결과 배우자의 속옷에 뿌리면 외도 여부를 알 수 있다던 불륜시약은 가짜로 드러났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산성 및 염기성 물질에 반응하는 산염기 지시약을 남성 정액에만 반응하는 '불륜시약'이라고 속여 수천만원 어치를 제조해 판 혐의(사기 등)로 이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2010년 6월부터 지난 4월까지 인터넷에서 산염기 지시약인 페놀레드 용액을 불륜시약이라고 속여 1세트당 4만9천원∼12만9천원에 판매, 928명에게 총 7천만원 어치를 판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씨는 '불륜시약은 남성 정액에만 반응하므로 속옷에 뿌려 붉게 변하면 성관계를 한 것이 확실해 외도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광고하며 제품을 팔아왔다.

그러나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한 결과 페놀레드가 주성분인 불륜시약은 정액뿐 아니라 물, 소변, 두부, 우유, 계란 등에 반응해도 붉은색으로 변해 정액을 검출하는 특이시약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검증되지 않은 불륜시약을 판매하는 다른 업체들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이른바 '불륜시약'에 대해 국과수에 성분감정을 의뢰해 가짜라는 것을 밝힌 것은 처음"이라며 "시중에 유통되는 불륜시약은 모두 가짜로 보이므로 효능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제품은 구매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ri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