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심리전단이 작년 10월 대선을 앞두고 개그콘서트 한 장면을 인용한 인터넷 게시글을 내부 보고하는 등 북한과 무관한 이슈를 다룬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재판에서 검찰은 "작년 10월 18일 선거를 앞두고 개콘을 주제로 한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글이 보고됐다"고 공개했다.

검찰에 따르면 심리전단은 개콘에 출연한 개그맨 정태호가 '다음 대통령은 누구냐'고 묻자 방청객이 'ㅁ'이라고 답하는 것을 들었다는 내용의 일베 글을 보고서에 담았다.

심리전단은 또 오늘의유머(오유) 사이트가 맥쿼리 특혜 의혹을 다룬 다큐멘터리 '맥코리아' 관련 글을 대표 글로 게재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이종복 전 국정원 심리전단 기획관을 신문하면서 "북한 관련 안보 이슈에 적법하게 대응했다고 주장하는데 개콘이 안보와 무슨 상관인가"라고 추궁했다.

검찰이 제시한 보고서를 본 이 전 기획관은 "이런 형식의 보고서를 본 적이 있다. 참고용 같다"며 "개그맨의 대선 관련 발언은 안보 이슈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시인했다.

한경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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