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태국 방콕을 방문해 북한에 납치된 것으로 알려진 태국여성의 가족과 면담했다.

20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태국에서 납북자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인 COI 조사관들은 지난 19일 마카오에서 납북된 것으로 알려진 아노차 판조이 씨의 가족을 만났다.

판조이 씨는 지난 1978년 마카오의 한 호텔에서 마사지사로 일하던 중 실종됐다.

판조이 실종사건은 2005년 전 주한미군 출신 월북자인 찰스 젠킨스 씨의 수기가 일본에서 출판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북한에서 일본인 납북 피해 여성 소가 히토미 씨와 결혼했던 젠킨스 씨는 2004년 부인과 함께 일본에 정착했으며 다음 해 북한에서의 삶을 그린 수기 '고백'을 출간했다.

젠킨스 씨는 수기에서 아노차 판조이 씨와 북한에서 절친하게 지냈다며 판조이 씨가 북한의 첩보요원들에게 태국어를 가르쳤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판조이 씨가 자신에게 마카오에서 중국계 여성 2명과 함께 북한 요원들에게 납치됐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COI 조사관들은 판조이 씨가 북한에 납치됐다는 증거가 매우 강력해 내년 3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할 보고서에 이 사례를 포함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판조이 씨의 가족들은 젠킨스 씨의 수기가 출간되고 나서 일본인 납북자 단체들의 도움을 받아 구명운동을 벌여 왔으며 2010년에는 서울에서 열린 납북자 국제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당국은 판조이란 여성은 북한에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며 납치 사실을 부인했다.

태국 정부도 젠킨스 씨의 증언과 그가 제시한 판조이 씨가 북한에서 찍었다는 희미한 사진 외에 다른 증거들이 없어 아직은 '납치'가 아닌 '실종'으로 보고 있다고 방송은 지적했다.

한경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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