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5년까지 장기 에너지 정책을 짜는 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원자력 발전 비중(설비용량 기준) 목표치를 대폭 낮춘다. 이에 따라 지난 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 41%로 끌어올리기로 했던 원전 비중은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차 계획 초안은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공개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22일 “원전에 대한 국민의 불신 상황을 고려해 원전 비중 목표치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따른 충격이 큰 데다 신고리 원전 3, 4호기용 밀양 송전탑 건설 갈등과 같은 문제로 원전 건설에 대한 국민적 수용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작성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도 “2차 계획에서는 원전 비중 목표치를 무조건 낮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가 2008년 짠 1차 계획에서 과도하게 높게 잡은 목표치를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목표치를 현재의 비중 아래로 낮추는 방안 등도 논의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고유가와 온실가스 감축 등에 대응하기 위해 원전 비중을 크게 높이기로 한 1차 계획 당시의 원전 중시 정책을 대폭 수정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원전은 저렴한 전기를 대량 공급할 수 있다는 이점과 원전과 원전 기자재를 수출한다는 산업적 측면에서 핵심 발전원으로 성장해왔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 7월31일 현재 전체 발전설비 용량 중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4.2%다.

산업부는 원전 비중 목표치 수정을 담은 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초안을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공개할 예정이다. 초안 작성에는 1차 때와 달리 환경·시민단체를 비롯한 비정부기구(NGO) 관계자도 참여하고 있다. 1차 때는 정부 주도로 초안을 작성한 후 여론을 수렴하는 바람에 상당한 진통이 뒤따랐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5년마다 짜고 있다. 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 2008~2030년, 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2013~2035년의 장기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는 계획이다. 2차 계획은 원전 비중 수정뿐만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전력 수요 관리, 전기가격 체계 개편 방향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