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크게 늘고 있다. 실적 개선으로 늘어난 자금을 설비투자보다는 주가를 높이는 데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양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1~9월 중 일본 상장기업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1조7095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가량 증가했다”고 22일 보도했다. 이미 작년 연간 실적을 넘어선 것으로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08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기업별로는 음식료업체인 기린홀딩스가 이달 들어서만 500억엔어치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기린이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은 2005년 이후 8년 만이다. 작년까지는 남아도는 돈을 주로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에 사용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자사주를 매입하는 쪽으로 자금 운용 정책을 바꿨다.

일본담배산업도 올 들어 2500억엔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였고, 철도 회사인 JR동일본도 4년 만에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일본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선 가장 큰 배경은 실적 개선이다. 엔화 가치 하락으로 수출 경쟁력이 높아진데다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금융완화 정책)로 내수시장도 활기를 띠면서 기업들의 자금 보따리가 두둑해졌다. 지난 2분기(4~6월) 일본 기업들의 경상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1.2% 늘었고, 제조업의 이익상승률은 51.5%에 달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