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박한 탈출 > 경찰과 쇼핑객들이 21일(현지시간)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웨스트게이트 쇼핑몰에서 무장괴한들의 총기 난사를 피해 몸을 숙인 채 빠져나오고 있다. 이날 발생한 인질극으로 한국인 1명을 포함, 59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나이로비AP연합뉴스
< 긴박한 탈출 > 경찰과 쇼핑객들이 21일(현지시간)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웨스트게이트 쇼핑몰에서 무장괴한들의 총기 난사를 피해 몸을 숙인 채 빠져나오고 있다. 이날 발생한 인질극으로 한국인 1명을 포함, 59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나이로비AP연합뉴스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한 고급 쇼핑몰에서 21일(현지시간) 이슬람 무장단체 알샤바브로 추정되는 무장 괴한들이 벌인 총기 난사 테러로 한국인 여성 1명이 숨졌다.

AP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케냐 나이로비 중심가의 4층짜리 대형 쇼핑몰 웨스트게이트몰에 이날 낮 12시께 수류탄과 총을 든 10여명의 괴한이 침입, 매장 내 고객과 점원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총을 쐈다.

케냐 정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사망자가 59명, 부상자는 300여명에 달한다. 괴한들은 사건 이틀째인 22일 현재까지 인질 수십 명을 붙잡은 채 케냐 군인 및 경찰들과 대치 중이라고 케냐 정부는 전했다. 이번 테러의 인명 피해는 1998년 알카에다가 나이로비 주재 미국 대사관에 가한 폭탄 테러로 213명이 사망한 사건 이후 가장 크다.

22일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이번 테러로 한국인 강문희 씨(39·여)가 사망했다. 강씨는 영국인 남편 닐과 웨스트게이트몰에 갔다가 무장 괴한들이 쏜 총과 수류탄을 맞아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숨졌다. 강씨의 남편도 총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은 5년 전 결혼해 두바이에 거주하다 지난 5월 나이로비에 정착했다. 닐은 사건 발생 후 부인이 실종된 것 같다고 주케냐대사관에 연락한 뒤 시신보관소에서 강씨의 사망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러 발생 직후 연락이 두절된 채 행방이 불분명했던 한국인 여대생 이모씨는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케냐 주재 한국대사관은 인질 가운데 한국인이 더 포함돼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외교부는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한 케냐를 대상으로 이날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이는 여행객들에게 해당국 여행 취소 등을 요청하고 현지 한국인들에게 신변 안전 주의를 당부하는 조치다.

소말리아를 근거지로 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알샤바브는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21일 트위터를 통해 주장했다. 알샤바브는 알카에다와 연계된 소말리아의 청년 무장단체로, 2010년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서 7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자살 폭탄 테러 사건을 비롯해 아프리카 각지에서 다수의 테러를 일으키며 아프리카 각국의 경계 대상이 돼왔다.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은 이날 밤 대국민 연설에서 “저 역시 이번 테러로 친척을 잃었다”며 “과거에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반드시 물리치겠다”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이날 케냐 테러 사건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케이틀린 헤이든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이번 나이로비 테러는 무고한 시민을 향한 비열한 범죄”라며 “케냐 정부가 테러 주범들을 심판대에 세울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미아/정성택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