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증권 '고객동요 막기' 선제대응
금융감독원이 동양증권에 대한 특별점검에 나서기로 한 것은 동양그룹 자금난으로 인해 동양증권을 이용하는 투자자들이 동요, 시장에 혼란이 생길 것을 사전에 차단하자는 의도에서다. 문제가 될 기업어음(CP)은 얼마나 되며, 이에 대비한 유동성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다. 여기에는 오리온그룹의 최대주주가 동양그룹을 지원하지 않을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시급함이 깔려 있다.

○CMA 안전하지만 불안감이 변수

동양증권은 (주)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동양시멘트, 동양파이낸셜대부 등 5개사가 발행한 CP 및 전자단기사채, 회사채 등을 개인투자자에게 상당 부분 팔았다. 금융감독 당국은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이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한 뒤 아직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CP가 49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이 CP를 동양그룹이 갚지 못하면 투자자들은 연 8% 안팎의 고금리를 받으려다 원금 자체를 날리는 손해를 보게 된다. CP 판매량이 많다보니 불완전판매 논란이 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에 대비해 금감원은 CP 판매과정을 미리 들여다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펀드 환매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비해 동양증권은 일정한 유동성을 확보해 둬야 한다. 돈을 돌려주는 시점과 CMA 등에서 편입한 채권을 매각한 대금을 받는 시점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 당국 고위 관계자는 “CMA는 환매조건부채권(RP)이나 국공채 등에 주로 투자하기 때문에 손실볼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다만 불안감이 변수”라고 말했다. 동양증권 관계자도 “회사에 맡긴 예탁금 등은 100% 보호된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유동성·불완전판매 점검

금감원은 특별점검을 통해 1차적으로 동양증권의 유동성을 점검할 계획이다. CP 불완전판매 의혹도 일부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이 문제를 제기할 소지가 있는 불완전판매 여부도 일부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그룹의 자금사정 전체를 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동양그룹이나 동양증권에서 알려주는 것을 듣기만 해서는 현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룹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를 직접 확인하겠다는 의미다.

한편 오리온그룹 대주주들은 22일까지도 동양그룹 지원 여부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동양그룹의 자금 사정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은행 대출이 막힌 상태에서 만기가 돌아오는 CP를 상환해야 하지만 차환발행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주)동양은 650억원의 회사채에 대해 26, 27일 청약받을 예정이지만 소화될지는 불투명하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자금흐름상 이번주가 고비”라며 “오리온그룹 대주주도 이번주 안에 태도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은/안대규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