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위해 걷다가 사진으로 발전
'동대문 호텔'에 풍경사진 장식 예정
30년 호텔리어…독일 괌 등서 근무
최근 그의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한 백 상무는 “4년 동안 출퇴근길 풍경을 촬영하면서 무엇보다 제 스스로가 많이 성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평범한 사물도 애정을 갖고 대하게 됐고 전에는 생각도 못한 앵글이 눈에 들어왔어요. 회사 일과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갖게 됐고요. 회사 내 다양한 직종의 직원들 표정과 개성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군요.” 그는 책 출간 과정에서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운 게 가장 큰 소득이라고 전했다.
백 상무가 걸어서 출퇴근을 시작한 건 ‘중년 건강’을 챙기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걷다 마주치는 사람과 사물을 관찰하다보니 평소에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게 됐다”고 말했다. 걷기 시작한 지 두 달째부터 소형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거리 풍경을 담기 시작했다. 2007년 ‘인 더 호텔’ 시리즈로 전시회를 열어 사진가로 데뷔했던 그였지만 무심히 지나쳤던 출퇴근길 거리가 그토록 많은 이야기를 보여줄지 몰랐다고 했다.
“지난해 이 사진들로 개인전을 열었어요. 그런데 사진 대부분이 팔린 거예요. 기대도 안 했거든요. 중국 홍콩 등 해외 컬렉터들이 많이 사 갔는데 일상의 풍경에 담긴 감성이 이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아요.” 용기를 얻어 생각을 함께 정리한 책을 내기로 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백 상무는 30년 호텔리어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1982년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그랜드하얏트 코퍼럿 트레이니’(우수인재채용프로그램)로 선발됐다. 이후 미국 독일 괌 사이판 등 전 세계 하얏트 체인에서 근무했다. 그는 요즘 주말이면 카메라를 메고 서울 동대문시장으로 향한다. 호텔 디자이너가 2015년 동대문시장 옆에 문을 열 예정인 하얏트 체인 비즈니스호텔 객실을 백 상무가 촬영한 시장 풍경 사진으로 장식해달라고 요청해와서다. “제가 찍은 멋진 사진 하나가 호텔 손님에게 감동을 준다면 그만한 마케팅이 없을 겁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