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연말까지 한강에 낚시 전용공간을 조성한다. 낚시 동호인들이 편하게 낚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지만 예산 낭비 논란도 일고 있다.

23일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서울시는 망원한강공원 내 성산대교 상류 730m 지점에 낚시 전용공간(조감도)을 연말까지 조성할 계획이다. 낚시 전용공간은 가로 19m 세로 11m로 최대 5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이곳엔 낚시데크가 설치되고, 수생식물 식재장이 조성된다. 낚시 전용데크와 함께 식재장이 조성되면 한강의 물고기가 더 많이 이곳으로 몰려들 것이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소요 예산은 5억원이다.

낚시데크가 조성되는 망원한강공원 부근은 홍제천 하류와 접해 있어 누치 등 큰 물고기들이 많이 잡혀 낚시인들 사이에선 소문난 장소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한강과 바로 접한 곳에서 낚시를 하고 싶다는 낚시 동호회의 요구를 수용했다”며 “한강 아무 곳에서나 낚시를 하는 것보다 낚시데크를 만들면 오염 방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금도 한강에서 낚시가 허용되는데 굳이 예산을 들여 낚시 전용공간을 조성하는 것은 낭비라는 지적이 시의회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현재 한강에서 낚시 금지구역은 잠실수중보 하류의 강남·북 호안가 57㎞ 중 25.06㎞와 한강교량이다. 과거엔 상수원보호구역인 잠실대교 상류를 제외하고 장소나 시기에 관계없이 한강에서 낚시가 허용됐지만 2003년부터 제한지역이 확대됐다. 생태계 보전이 필요하거나 절개지 낭떠러지 등 위험한 지역은 낚시를 금지하고 있다. 잠실수중보 하류 한강호안 57㎞ 중 절반 이상의 지역에서 여전히 낚시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김광수 서울시의회 의원은 최근 열린 시의회 상임위원회에서 “굳이 낚시데크를 조성하지 않아도 충분히 시민들이 낚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다”며 “수용인원 50명을 위해 예산 5억원을 편성하는 것은 낭비”라고 지적했다. 집중호우로 한강변이 물에 잠길 경우 낚시데크 시설 보수비로 예산이 계속 들어갈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