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공약 후퇴 논란] 與 "후대에 빚 남겨선 안돼"…野 "공약 먹튀" 집중포화
“세법 개정안 못지않은 후폭풍이 일지 않을까 걱정이 많다.”(청와대 관계자)

청와대가 초긴장 상태다. 오는 26일 내년 예산안과 함께 공개될 기초연금 도입안 발표를 앞두고서다. 공약(만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 지급)에서 후퇴한 내용이 발표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에 대한 여론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약 후퇴의 책임을 지고 사임할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청와대는 더욱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청와대가 진 장관을 방패막이로 내세우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야당은 ‘공약 먹튀’라며 박근혜 대통령과 여권을 향해 집중포화를 쏟아내고 있다.

○고심 거듭 중인 박 대통령

< 고민하는 朴 대통령 > 박근혜 대통령이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하는 기초연금 문제에 대한 입장을 오는 26일 내놓을 예정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 7월9일 국무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 고민하는 朴 대통령 > 박근혜 대통령이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하는 기초연금 문제에 대한 입장을 오는 26일 내놓을 예정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 7월9일 국무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정부와 청와대 경제수석실은 내년 기초연금 재정지원폭을 당초보다 축소 조정한 내용이 포함된 ‘2014년 예산안’을 지난 14일 베트남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박 대통령에게 서면 보고했다. 박 대통령은 추석 연휴기간 보고를 검토하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고 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23일 “기초연금을 원안대로 밀고 갈 경우 재정소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내용이 예산안에 반영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국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것인데, 박 대통령도 이런 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쪽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결국 남은 것은 출구전략을 어떻게 짜느냐의 문제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기초연금 축소가 불가피하다면 이를 어떻게 국민에게 설득하느냐의 문제가 남아 있고, 대통령도 이 부분을 집중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날 예정된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가 취소된 것도 이런 저간의 사정과 무관치 않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해석이다.

청와대 각 수석실은 지난 주말 수석비서관회의가 예정대로 열릴 것으로 보고 안건을 준비해 올렸다고 한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기초연금 최종안과 출구전략에 대한 박 대통령의 생각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는 방증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결국 기초연금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본인이 직접 나서 입장을 밝히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26일 내년 예산안이 상정되는 국무회의 자리에서다. 당초 이날 국무회의는 총리가 주재하기로 돼 있는데, 박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하면서 기초연금 및 4대 중증질환(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질환) 공약에 대해서도 언급할 예정이라고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재원 확보 어려움 이해 구할 듯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민의 실망감이나 민심 이반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단 ‘최선을 다했지만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부분을 진정성 있게 설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약을 지키려 노력했지만 경제난에 따른 세수 부족으로 재원 확보가 어렵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안을 고수할 경우 재정 적자가 불가피하고 결국 미래세대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충분히 알리면서 국민에게 이해와 협조를 구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기초연금뿐 아니라 재원이 많이 드는 공약 전반에 걸쳐 속도조절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만큼 회의에서 이와 관련된 언급도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차단 나선 여, 공격 퍼붓는 야

새누리당은 기초연금 후퇴안이 발표될 경우 중산층 세금 부담 가중 논란을 빚었던 세법개정안 때처럼 야당에 공격의 빌미를 줄 것이란 걱정이 크다. 때문에 예상되는 후폭풍을 차단하기 위해 기초연금 후퇴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있다.

심재철 당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약을 지키지 못하는 안타까움은 크지만 우리 세대 좋자고 후세대에 막대한 빚더미를 넘겨서는 안 된다”며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는 현실을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리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딱 걸렸다’는 반응이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기초연금이 축소되면)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공격의 날을 세웠다. 그는 진 장관의 사퇴설과 관련해서도 “이제 와서 약속을 뒤집겠다는 것은 선거가 끝났으니 사냥개를 버리겠다는 토사구팽적 태도”라고 비난했다.

정종태/도병욱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