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형 유통업체와 동네슈퍼 간 직거래 확대를 놓고 유통업계에 일대 논란이 일고 있다.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물품을 공급받는 동네슈퍼와 새로운 거래처를 확보하게 된 대형마트는 만족스러운 모습이다.
반면 기존 대리점과 도매업체들은 “대기업의 도매시장 침탈”이라며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 같은 갈등은 CJ 대상 신세계 등 식품 대기업이 골목상권 내 음식점에 직접 식자재를 공급하고 있는 데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공은 동반성장위원회로 넘어갔다. 지난해 계란 문구 베어링 산업용재(기계·공구) 등 4개 분야 도매업에 이어 이달 초 식자재 도매업계가 동반위에 해당 품목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와 식품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확대로 중소 도매업계가 공멸 위기에 처했다는 것. 김종국 동반위 사무국장은 23일 “워낙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이어서 언급하기가 조심스럽다”며 “내부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연말까지 지정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동반위의 이 같은 움직임에 ‘상생 효과’를 누리고 있는 대기업-골목상권은 물론 정부 내 산업통상자원부도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동네슈퍼와 소비자에게 이득이 돌아가는 유통구조 변화를 ‘경제민주화 프레임’으로 재단하고 나설 경우 도·소매 시장의 유통 혁신은 요원해진다는 것. 실제 산업부는 지난 7월 이마트에브리데이, 롯데슈퍼 등 대형 유통업체와 중소 상인 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직거래 활성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구매력과 물류 인프라가 강한 대형 유통업체들이 골목상권과 직거래를 늘릴 경우 동네슈퍼의 매출과 수익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골목상권을 둘러싼 대기업과 중소기업(상인) 간 ‘1차 전쟁’은 대형마트 및 기업형 슈퍼마켓(SSM) 출점과 영업시간 제한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압승으로 끝났지만 도매시장을 놓고 격돌한 ‘2차 전쟁’은 섣불리 승패를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제조업체-도매상-소매점으로 이어지는 전통적 유통경로가 통째로 흔들리는 상황에서 개별 유통주체들의 이해관계도 제각각의 모습으로 엇갈리기 때문이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