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경주에서 이스탄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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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130년 전, 1883년 10월4일이었다. 파리를 출발한 기차는 6개 나라를 가로질러 터키로 향했다. 유럽 대륙횡단 오리엔트 특급열차의 첫 출발이었다. 이후 유럽의 무수한 부호, 호사가들이 특급 휴가여행으로 애용했던 이 열차의 종착역이 이스탄불이다.
이스탄불은 그렇게 유럽의 끝이면서 아시아의 시작이다. 지중해와 흑해를 잇는 천혜의 보스포러스 해협 양안으로 서쪽은 유럽, 동쪽은 아시아다. 인구 1300만명, 유럽과 아시아 두 문화권에 걸친 도시다.
역사적으로 이스탄불은 실크로드의 서쪽 끝이었다. 지정학적 요충지여서 한(漢), 당(唐) 때부터 동양의 문물이 전해진 통로였다. 중국의 고도 시안에 집결된 동양의 진귀한 물산이 흘러간 귀착지이기도 했다. 30년 기자생활을 정리하면서 프랑스 언론인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이 길 1만2000km를 3년간 오로지 두 발로 걸어서 주파하기도 했다. 그 출발점이 이스탄불이었다. 그렇게 중국 시안까지 실크로드를 구도자처럼 걸은 기록이 ‘나는 걷는다’라는 책이다. 국내에서도 3권짜리로 번역된 올리비에의 책은 단순한 기행문을 넘어 실크로드 대탐사기였다.
행정 수도로 앙카라가 있지만 터키의 중심은 단연 이스탄불이다. 유서부터가 다르다. BC 7세기 그리스 시대에 이미 비잔티움으로 이름을 떨친 도시다. 그로부터 1000년 뒤 로마황제 콘스탄티누스가 동로마제국의 수도로 삼으면서 콘스탄티노플로 명명된다. 1453년 오스만튀르크의 술탄 마흐메드2세에 정복된 뒤 이 도시는 이슬람제국의 수도가 된다. 이렇듯 동양과 서양이 충돌하면서 융합한 역사 때문일까. 곳곳이 유적지다. 어느 골목이든 소설의 무대로, 영화 촬영지로 손색이 없다. ‘다빈치 코드’의 작가 댄 브라운의 최신작 ‘인페르노’도 피렌체에서 시작해 이스탄불에서 끝난다.
수도 앙카라가 끝이 없는 비탈지대에 닥지닥지 판잣집만이 인상적이었던 것에 비해 구시가 거리 대부분이 보호문화재인 이스탄불은 대제국의 화려한 역사와 부를 자랑했다. 이스탄불을 처음 찾는 사람은 소피아대성당과 톱카피, 돌마바흐체 궁전에 놀라고 여러 번 방문한 사람은 천년 세월의 때가 묻은 골목길들에 매료된다고 한다. 오리엔트 특급의 종착역 앞, 그랜드바자르는 세계 최고(最古)의 종합시장으로 유명하다.
옛 신라인들도 중국을 거쳐 실크로드 종점인 이 시장에 진출했을까. 엊그제 터키 현지에서 막을 내린 ‘이스탄불-경주 세계문화엑스포 2013’은 현대판 실크로드의 부활이었다. 23일간 470만명 참관기록도 놀랍거니와 1000년 전 신라와 처용의 만남이기도 했을 것이다. 경주 기점의 21세기 신(新)실크로드를 꿈꿔본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이스탄불은 그렇게 유럽의 끝이면서 아시아의 시작이다. 지중해와 흑해를 잇는 천혜의 보스포러스 해협 양안으로 서쪽은 유럽, 동쪽은 아시아다. 인구 1300만명, 유럽과 아시아 두 문화권에 걸친 도시다.
역사적으로 이스탄불은 실크로드의 서쪽 끝이었다. 지정학적 요충지여서 한(漢), 당(唐) 때부터 동양의 문물이 전해진 통로였다. 중국의 고도 시안에 집결된 동양의 진귀한 물산이 흘러간 귀착지이기도 했다. 30년 기자생활을 정리하면서 프랑스 언론인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이 길 1만2000km를 3년간 오로지 두 발로 걸어서 주파하기도 했다. 그 출발점이 이스탄불이었다. 그렇게 중국 시안까지 실크로드를 구도자처럼 걸은 기록이 ‘나는 걷는다’라는 책이다. 국내에서도 3권짜리로 번역된 올리비에의 책은 단순한 기행문을 넘어 실크로드 대탐사기였다.
행정 수도로 앙카라가 있지만 터키의 중심은 단연 이스탄불이다. 유서부터가 다르다. BC 7세기 그리스 시대에 이미 비잔티움으로 이름을 떨친 도시다. 그로부터 1000년 뒤 로마황제 콘스탄티누스가 동로마제국의 수도로 삼으면서 콘스탄티노플로 명명된다. 1453년 오스만튀르크의 술탄 마흐메드2세에 정복된 뒤 이 도시는 이슬람제국의 수도가 된다. 이렇듯 동양과 서양이 충돌하면서 융합한 역사 때문일까. 곳곳이 유적지다. 어느 골목이든 소설의 무대로, 영화 촬영지로 손색이 없다. ‘다빈치 코드’의 작가 댄 브라운의 최신작 ‘인페르노’도 피렌체에서 시작해 이스탄불에서 끝난다.
수도 앙카라가 끝이 없는 비탈지대에 닥지닥지 판잣집만이 인상적이었던 것에 비해 구시가 거리 대부분이 보호문화재인 이스탄불은 대제국의 화려한 역사와 부를 자랑했다. 이스탄불을 처음 찾는 사람은 소피아대성당과 톱카피, 돌마바흐체 궁전에 놀라고 여러 번 방문한 사람은 천년 세월의 때가 묻은 골목길들에 매료된다고 한다. 오리엔트 특급의 종착역 앞, 그랜드바자르는 세계 최고(最古)의 종합시장으로 유명하다.
옛 신라인들도 중국을 거쳐 실크로드 종점인 이 시장에 진출했을까. 엊그제 터키 현지에서 막을 내린 ‘이스탄불-경주 세계문화엑스포 2013’은 현대판 실크로드의 부활이었다. 23일간 470만명 참관기록도 놀랍거니와 1000년 전 신라와 처용의 만남이기도 했을 것이다. 경주 기점의 21세기 신(新)실크로드를 꿈꿔본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