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국가계획을 수립할 때 환경보전계획과의 부합 여부를 확인하는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을 기존 101개에서 151개로 늘린 게 골자다. 환경부가 반대하면 추진하기 어려운 국가계획 사업의 종류를 대폭 늘린 것이다. 관련 부처 간 협의가 난관에 부딪혔을 것은 잠작하고도 남는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입법예고부터 했다. 그것도 추석연휴 전날인 17일이었다.

입법예고대로라면 당장 전력수급기본계획, 에너지기본계획, 광역도시계획, 도시·군기본계획, 수도권정비계획, 산업입지수급계획 등 굵직한 국가주도계획들은 거의 다 환경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게다가 각 부처가 추진하는 개발사업마다 환경 영향 평가로 해당지역 주민의 의견을 반드시 듣도록 하겠다는 취지라면 앞으로 지역 주민 반대 사업 추진은 엄두도 못 낼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환경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환경부는 오히려 자신들이 전력수급기본계획에 간섭할 수 없었기 때문에 밀양 송전탑 같은 사태가 발생했다며 원인 결과를 혼동하는 주장을 내놓는다. 이런 환경부의 기세로 보면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이 전체 국가계획으로 확대되는 것도 시간 문제다.

환경부가 벌이는 일들이 다 이런 식이다. 화학사고가 터지자 그 틈을 노려 화학물질 유출사고를 일으킨 사업장에 매출액의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유해화학물질 관리법(화관법) 개정안을 밀어붙인 데 이어, 화학물질 사고가 세 번 연속 발생하면 영업을 취소한다는 삼진아웃 특별법까지 연내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신규화학물질은 모조리 등록하라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의 소관부처도 바로 환경부다. 이제는 그것도 부족하다고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내세워 국가계획 승인권까지 모조리 손아귀에 틀어쥐겠다는 판이다.

환경으로 걸고 넘어지면 못할 게 없다. 대통령이 백날 규제완화를 외쳐봐야 관료들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