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임씨 母子 주소 확인되면 유전자 검사"
채동욱 검찰총장(사진)이 24일 자신의 ‘혼외 아들 의혹’을 처음 보도한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른바 ‘채동욱 파문’이 불거진 지 18일 만이다. 현직 검찰총장이 자신의 사생활 관련 추문을 보도한 특정 언론사를 상대로 낸 소송이라 앞으로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이번 소송의 승패는 유전자 검사로 판가름날 전망이지만 조선일보가 채 총장의 내연녀로 지목한 임모씨(54)와 아들 A군(11)이 응할지는 미지수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들에게 유전자 감식을 강요할 법적 근거가 없어 진실이 미궁 속으로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허위 보도…유전자 검사 받을 것”

채 총장은 이날 오전 10시45분께 변호인단을 통해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접수했다. 지난 9일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를 청구했지만 거부당하자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조선일보가 판결 이후에도 정정보도문을 게재하지 않을 경우 하루에 1000만원씩 자신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채 총장은 소장에서 관련 의혹이 사실무근임을 거듭 강조하고 “Y(임모)씨 모자의 인적사항·주소 등을 파악하지 못해 이 부분을 확인하는 대로 유전자 감식 신청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소장 접수 직전 출입기자단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해당 아동 측도 이른 시일 내에 유전자 검사에 응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사퇴 방침을 고수하면서 “일방적인 의혹 제기가 있을 때마다 검찰총장이 조사를 받는다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훼손될 것”이라며 법무부 감찰 지침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변호인단은 신상규(64·연수원 11기·법무법인 동인) 이헌규(53·연수원 18기·법무법인 삼우) 변호사 등 검찰 선·후배로 꾸렸다.

조선일보는 이번 소송과 관련, “진위 규명이 늦어질 경우 관련 당사자들의 유전자 감정을 위한 증거보전 신청을 포함해 관련 법 절차에 따라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2라운드 돌입…진실 규명될까

검사에게 입증 책임이 있는 형사 소송과 달리 민사 소송의 입증 책임은 법령에 적시되지 않았지만 통상적으로 원고에게 있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정정보도 청구 소송의 경우 재판부가 판단할 몫이지만 대법원 판례에 따라 입증 책임이 원고에게 있는 것으로 간주돼 왔다”고 설명했다.

해당 보도가 허위라는 점을 입증하려면 소송을 제기한 채 총장 측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채 총장은 임씨 가족을 설득해 A군과의 유전자 검사 결과를 증거로 제출할 수 있다.

법조계는 유전자 검사 불발 때 채 총장이 승소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인들의 증언 등 정황 증거라면 몰라도 재판부에 제출할 만한 직접증거를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보도 내용이 허위임을 입증하더라도 승소하기 힘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법원은 2006년 “언론보도의 특정 표현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더라도 보도 당시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면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정정보도 청구 소송은 소장이 접수된 뒤 3개월 안에 선고를 내리도록 돼 있어 늦어도 연말까지는 1심 판결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한편 법무부는 채 총장의 민사 소송과는 별도로 진상조사 작업을 마무리한 뒤 본격적인 감찰에 들어갈 계획이다.

김선주/양병훈/정소람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