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유동성 문제로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동양증권에서 돈을 인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경남 창원시의 한 지점에서 24일 투자자들이 예탁금을 찾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동양그룹 유동성 문제로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동양증권에서 돈을 인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경남 창원시의 한 지점에서 24일 투자자들이 예탁금을 찾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동양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대한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면서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24일에도 계열사 동양증권에서 한꺼번에 돈을 빼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금융감독원과 동양증권은 추가 인출을 막기 위해 투자자들에게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다는 점을 알렸으나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동양증권 계좌를 통해 지난 23일과 이날 오후 3시까지 출금된 금액은 2조원을 넘었다. 금융당국은 최대 누적 인출금액이 3조원에 육박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날 “동양증권은 우량회사여서 고객이 동요할 이유가 없다”고 했고, 김건섭 금감원 부원장은 “고객예탁금은 별도기관에 안전하게 예치돼 있다”고 설명했으나 인출사태를 막지 못했다.

금감원과 동양증권은 환매조건부채권(RP)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 2조원, 고객 예탁금 5조원 등을 포함해 8조~9조원 정도의 모든 고객 돈이 일시에 빠져나가도 영업력이 훼손될 뿐 회사 존립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RP형 CMA는 인출 요청 다음날 증권사가 직접 담보로 잡은 국공채를 매각해 자금이 바로 보충되고, 예탁금도 증권금융에 맡겨놓기 때문이다.

동양그룹은 ‘피말리는’ 자금확보전에 들어갔다. 금감원에 따르면 (주)동양 동양레저 동양파이낸셜대부 동양시멘트 동양인터내셔널 등이 발행한 기업어음(CP)은 4564억원이고 회사채는 1조원 규모다. CP 만기 도래가 잇달아 25일엔 263억9000만원, 26일 191억9000만원, 27일 451억2000만원을 막아야 한다. 이달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869억원이다.

(주)동양은 만기 도래 회사채 상환을 위해 26일 1년6개월 만기로 65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지만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이날 (주)동양 주가는 14.87% 하락한 813원, 전날 하한가를 기록한 동양증권은 2.04% 오른 2745원에 마감했다. 동양증권 투자자들의 RP형 CMA 해지 요청에 따른 대량 채권 매도 우려로 이날 3년물 국고채 금리는 0.02%포인트 오른 연 2.82%를 기록했다.

한편 구한서 동양생명 사장은 “투자자들이 동양생명 자산의 안전성에 대해 문의하고 있지만 2011년부터 독자 경영하고 있는 만큼 아무 영향이 없다”며 ‘불똥’ 차단에 나섰다.

현재 동양생명은 대주주인 보고펀드가 지분 57.6%를 보유하고 있다. 동양그룹이 가진 동양생명 지분은 동양증권이 보유한 3%에 불과하다.

안대규/하헌형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