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결국 내일 복지 관련 공약의 일부 수정을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주겠다던 기초연금을 소득 하위 70~80% 이하 노인에게 20만원 한도 내에서 차등 지급하고 4대 중증질환 국고 지원도 축소한다는 것이다. 유감 표명도 있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선선히 이를 받아들일 국민이 과연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히 노인들이 느끼는 배신감이나 섭섭함이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세법개정안보다 훨씬 강한 후폭풍이 예상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국민과의 약속이나 정치적 신뢰를 특별히 강조해 온 박 대통령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이미 세법개정안이 좌절된 다음이다. ‘세금은 올릴 수 없고 복지는 계획대로’라는 진퇴유곡의 상황이다.

사실 이번 일은 공약 수정이라는 점에서도 문제지만 애당초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했다는 것에 근본적인 잘못이 있다. 기초연금 공약을 수정해 소득 하위 70~80%에게 차등 지급하는 방안만으로도 박근혜 정부 동안 40조원 안팎이 들어간다는 게 복지부 계산이다. 공약가계부에서 밝힌 소요 예산(34조2000억원)을 이미 넘어선다. 그러니 65세 이상 100%에게 20만원을 지급하겠다던 대선 공약이 얼마나 황당한 것이었던가 말이다. 보편적 복지론이 허구에 찬 정치논리라는 사실을 한경 사설이 누누이 지적해 온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최근까지 ‘증세 없는 복지’를 주장해왔고 새누리당 누구도 문제 제기를 안했다. 기초연금 공약을 포함한 보편적 복지론이 처음부터 실현 불가능하다는 걸 대통령의 참모들이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요, 알고도 모른 척했다면 도덕적 비난까지 받아 마땅하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세수확보 등 대통령에게 허구를 진언한 자들도 지금은 말이 없다. 경제민주화 공약도 마찬가지다. 경제를 죽이고 창조를 파괴하는 공약들이 남발됐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공약 수정에 대한 국민 이해를 구하기 전에 스스로 뼈저린 반성부터 해야 한다. 야당도 예외가 아니다. 지킬 수 없는 복지공약 부문에서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