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신화' 박병엽 부회장 사의 표명 "직원 800명 떠나는데…다시 돌아가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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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없이 회생 매달렸지만 4분기 연속 적자에 무릎
악화된 건강도 영향미쳐…朴부회장 "이젠 쉬고 싶다"
악화된 건강도 영향미쳐…朴부회장 "이젠 쉬고 싶다"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렸던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경영부진의 책임을 지고 부회장직에서 사임하기로 했다. 팬택을 창업한 지 꼭 22년6개월 만이다. 팬택은 전체 직원의 3분의 1인 800여명을 대상으로 무급 휴직을 실시하는 등 구조조정으로 몸집을 줄여 회생을 모색한다는 전략이다. 노키아와 블랙베리가 잇달아 인수되는 등 글로벌 휴대폰 시장이 격변하는 가운데 퀄컴과 삼성전자 채권단 등으로부터 잇단 자금지원을 받아 연명해온 팬택이 박 부회장 없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왜 물러나나
박 부회장은 24일 오후 주주협의회(채권단)를 주도하고 있는 산업은행을 찾아가 직접 사임의사를 밝혔다. 채권단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7~9월)부터 계속 적자를 내는 등 경영상황이 악화되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로 했다”며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이후 건강이 나빠진 것도 원인”이라고 했다.
박 부회장의 사임은 스스로 결정한 것이다. 채권단은 박 부회장의 사임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이다. 김윤태 산업은행 부행장은 “박 부회장이 직원들에게 무급휴직을 요구하면서 본인이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려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오랫동안 경영 후계구도를 구상해왔기 때문에 직접 경영을 진두지휘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박 부회장은 팬택 창업자다. 맥슨전자 영업사원으로 시작한 그는 1991년 맨손으로 팬택을 세워 무선호출기(삐삐)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휴대폰 사업으로 덩치를 키운 뒤 현대큐리텔과 SK텔레텍을 잇달아 인수해 지금의 팬택을 만들었다. 거침없는 성공신화는 창업 15년 만에 암초를 만났다. 팬택은 2006년 불어닥친 모토로라의 휴대폰 ‘레이저’ 열풍과 국내외 금융환경 악화로 2007년 4월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때부터 박 부회장은 창업주로서 모든 권리와 약 4000억원 규모의 지분도 포기하고 기업회생에 매달렸다. 매일 아침 6시 출근해 퇴근과 주말이 없는 5년 반이 흘렀다. 그러나 팬택의 회생은 쉽지 않았다. 삼성전자 애플 등 세계 굴지 스마트폰 업체들과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진 탓이다.
팬택은 지난해 3분기부터 4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올해 2분기엔 49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1분기 78억원보다 적자 규모가 확대됐다. 박 부회장은 어려움 속에서도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외부자금을 끌어왔다. 팬택은 올해 들어 퀄컴, 삼성전자, 채권단으로부터 각각 245억원, 530억원, 1565억원을 지원받았다.
◆박병엽 없는 팬택 운명은
앞으로 팬택 경영은 올해 초부터 공동대표이사를 맡아온 이준우 부사장이 주도할 예정이다.
팬택은 지난달 초 내놓은 LTE-A 스마트폰 ‘베가 LTE-A’와 오는 10월께 선보일 통신3사 공용 LTE-A폰 등 신제품을 앞세워 4분기에는 흑자로 전환한다는 목표다. 팬택 관계자는 “월 15만대가량인 현재 판매량을 20만대까지 끌어올리면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박 부회장이 등기이사직을 유지하거나 경영고문으로 남아 기업 회생작업을 돕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박 부회장은 이날 밤 서울 평창동 자택 앞에서 본지 기자와 만나 “팬택으로 다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2011년에도 박 부회장은 채권단에 사의를 밝혔지만 당시 연내 워크아웃 졸업에 합의하는 조건으로 1주일 만에 복귀한 바 있다. 박 부회장은 “이번엔 다르다”고 했다. 그는 “800여명의 직원을 내보내겠다는 결정을 하면서 창업주로서, 경영자로서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좀 쉬면서 몸을 추스른 뒤 새로운 일을 찾고 싶다”고 덧붙였다.
전설리/심성미/이상은 기자 sljun@hankyung.com
◆왜 물러나나
박 부회장은 24일 오후 주주협의회(채권단)를 주도하고 있는 산업은행을 찾아가 직접 사임의사를 밝혔다. 채권단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7~9월)부터 계속 적자를 내는 등 경영상황이 악화되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로 했다”며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이후 건강이 나빠진 것도 원인”이라고 했다.
박 부회장의 사임은 스스로 결정한 것이다. 채권단은 박 부회장의 사임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이다. 김윤태 산업은행 부행장은 “박 부회장이 직원들에게 무급휴직을 요구하면서 본인이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려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오랫동안 경영 후계구도를 구상해왔기 때문에 직접 경영을 진두지휘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박 부회장은 팬택 창업자다. 맥슨전자 영업사원으로 시작한 그는 1991년 맨손으로 팬택을 세워 무선호출기(삐삐)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휴대폰 사업으로 덩치를 키운 뒤 현대큐리텔과 SK텔레텍을 잇달아 인수해 지금의 팬택을 만들었다. 거침없는 성공신화는 창업 15년 만에 암초를 만났다. 팬택은 2006년 불어닥친 모토로라의 휴대폰 ‘레이저’ 열풍과 국내외 금융환경 악화로 2007년 4월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때부터 박 부회장은 창업주로서 모든 권리와 약 4000억원 규모의 지분도 포기하고 기업회생에 매달렸다. 매일 아침 6시 출근해 퇴근과 주말이 없는 5년 반이 흘렀다. 그러나 팬택의 회생은 쉽지 않았다. 삼성전자 애플 등 세계 굴지 스마트폰 업체들과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진 탓이다.
팬택은 지난해 3분기부터 4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올해 2분기엔 49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1분기 78억원보다 적자 규모가 확대됐다. 박 부회장은 어려움 속에서도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외부자금을 끌어왔다. 팬택은 올해 들어 퀄컴, 삼성전자, 채권단으로부터 각각 245억원, 530억원, 1565억원을 지원받았다.
◆박병엽 없는 팬택 운명은
앞으로 팬택 경영은 올해 초부터 공동대표이사를 맡아온 이준우 부사장이 주도할 예정이다.
팬택은 지난달 초 내놓은 LTE-A 스마트폰 ‘베가 LTE-A’와 오는 10월께 선보일 통신3사 공용 LTE-A폰 등 신제품을 앞세워 4분기에는 흑자로 전환한다는 목표다. 팬택 관계자는 “월 15만대가량인 현재 판매량을 20만대까지 끌어올리면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박 부회장이 등기이사직을 유지하거나 경영고문으로 남아 기업 회생작업을 돕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박 부회장은 이날 밤 서울 평창동 자택 앞에서 본지 기자와 만나 “팬택으로 다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2011년에도 박 부회장은 채권단에 사의를 밝혔지만 당시 연내 워크아웃 졸업에 합의하는 조건으로 1주일 만에 복귀한 바 있다. 박 부회장은 “이번엔 다르다”고 했다. 그는 “800여명의 직원을 내보내겠다는 결정을 하면서 창업주로서, 경영자로서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좀 쉬면서 몸을 추스른 뒤 새로운 일을 찾고 싶다”고 덧붙였다.
전설리/심성미/이상은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