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에 불참하려면 지난해 받은 우승상금 전액을 반환하라.”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가 전 세계 프로골프투어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규정을 신설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KLPGA는 올 3월 상벌분과위원회 규정을 개정하면서 ‘정규 투어 우승자가 디펜딩 챔피언으로 다음해 정당한 사유 없이 불참하는 경우 전년도에 지급받은 해당 대회 우승상금 전액을 벌칙금으로 부과한다’(제3장 14조2)고 정했다.

지난해까지는 우승상금의 50%였으나 올해부터 이를 대폭 강화한 것. 천재지변이나 본인 출산 및 결혼, 입원 치료, 4촌 이내 친척 사망 또는 위원회에서 판단해 인정되는 경우에만 예외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 규정으로 인한 첫 피해자가 나타났다. 김하늘(25·KT)은 내년에 미 LPGA투어 진출을 위해 다음달 8일부터 11일까지 플로리다주에서 열리는 퀄리파잉스쿨 예선전에 나갈 계획이었다. 공교롭게도 김하늘은 다음달 4일부터 6일까지 열리는 KLPGA투어 ‘러시앤캐시 행복나눔 클래식’ 디펜딩 챔피언이다.

김하늘 측은 “지난 7월 퀄리파잉스쿨 참가 신청을 했다가 우승상금 전액을 반납해야 한다는 규정을 알게 돼 선처를 호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국 포기했다”며 “미국 대회에 가려면 시차 적응에만 최소 닷새가 걸려 러시앤캐시를 끝내자마자 미국으로 건너가 대회를 치르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KLPGA의 전년도 우승자 출전 의무 규정이 앞으로 자주 선수들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KLPGA 상금랭킹 상위권자의 경우 미 LPGA투어의 메이저대회에 나갈 기회가 주어지는데 국내 대회와 겹칠 경우 이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롯데칸타타여자오픈 기간에 미국에서 웨그먼스LPGA챔피언십이 열렸고 US여자오픈 직전에 한국여자오픈이 개최됐다. 에비앙챔피언십 기간에는 메트라이프·한국경제 KLPGA챔피언십이 동시에 치러졌다.

김남진 KLPGA 사무국장은 “디펜딩 챔피언이 불참할 경우 대회 스폰서에 대한 예우가 아닐 뿐만 아니라 신문 방송 등 언론의 이슈거리에도 문제가 돼 출전 규정을 강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는 2011년부터 전년도 우승자가 투어운영위원회의 사전 승인 없이 불참할 경우 벌금 1000만원을 부과하고 상벌위원회에 회부해 출전 정지 등의 징계를 주고 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