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구나! 펀드 환매 벽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기관 매도에 2000 내줘
지수 2000선 위에선 어김없이 매물 쏟아내
운용사 이달에만 2조5000억 팔아
2050선 위에서 대기중인 환매 물량 9조 넘어
지수 상승 발목잡아…박스권 돌파 시간 걸릴 듯
지수 2000선 위에선 어김없이 매물 쏟아내
운용사 이달에만 2조5000억 팔아
2050선 위에서 대기중인 환매 물량 9조 넘어
지수 상승 발목잡아…박스권 돌파 시간 걸릴 듯
국내 증시가 2000선에서 또다시 펀드 환매라는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다. 이미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상당 규모의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지난 2년간 고점 돌파 실패의 학습효과와 ‘본전 찾기 심리’가 맞물린 때문이다. 당분간 자금 이탈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환매 장벽’ 부딪힌 코스피 지수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공모기준)에서는 이달 들어 지난 24일까지 총 2조277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펀드 자금을 굴리는 자산운용사(투신)들은 환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같은 기간 2조5000억원이 넘는 주식을 내다 팔았다.
그동안 외국인들이 투신권 매물의 두 배가 넘는 주식을 사들여 주가가 상승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주 들어 외국인 매수 강도가 급격히 약해지면서 단기 조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기관 매물에 밀려 9.04포인트(0.45%) 하락한 1998.06으로 마감하며 닷새 만에 2000선을 내줬다. 외국인이 이날 2405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지만, 대부분이 마감 직전 동시호가 때 프로그램매매로 사들인 물량이다. 반면 투신은 이날도 2384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주식을 쏟아내기에 바빴다.
작년 이후 형성된 박스권 상단(2050선)까지는 대기 중인 펀드 환매 물량이 많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지금 환매되는 물량은 박스권 하단인 1800~1900선에서 유입된 자금의 차익실현성 매물일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 2년간 국내 주식형펀드의 지수대별 자금 유입 규모를 감안하면 아직 2조6000억원가량의 추가 환매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2011년 최고가(2228.96)를 경신하는 과정에서 유입된 자금까지 합하면 2050선 위에서도 9조3000억원가량의 잠재 매물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매물 부담을 털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는 분석이다.
○“비빌 언덕은 외국인과 연기금”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박스권 상단을 돌파하거나 글로벌 경기지표가 눈에 띄게 좋아지면 펀드 환매가 잦아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이사는 “개인 자금은 경기를 뒤따르는 특징이 있다”며 “글로벌 경기와 기업실적 호전이 개인들의 투자심리에 반영되는 시기는 올 연말이나 내년 초가 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오 팀장도 “다음달 발표되는 중국, 한국, 유로존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을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경기 확신이 강해지면 박스권 돌파에 대한 기대가 커지며 국내 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은 속도조절을 하겠지만 박스권 돌파와 안착 역시 외국인 손에 달렸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국내 경기선행지수가 100을 돌파한 후 평균 7개월가량은 주식을 샀다”며 “내년 1분기까지 수급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외국인”이라고 진단했다.
매수 여력이 남아있는 연기금에도 기대를 걸 만하다. 외국인들이 쉬는 사이 공백을 메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치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이 지난 6월 말 현재 17.7%인 주식투자 비중을 목표치인 20%까지 끌어올린다면 연말까지 매달 1조원가량의 추가 매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강지연/이고운 기자 serew@hankyung.com
○‘환매 장벽’ 부딪힌 코스피 지수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공모기준)에서는 이달 들어 지난 24일까지 총 2조277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펀드 자금을 굴리는 자산운용사(투신)들은 환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같은 기간 2조5000억원이 넘는 주식을 내다 팔았다.
그동안 외국인들이 투신권 매물의 두 배가 넘는 주식을 사들여 주가가 상승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주 들어 외국인 매수 강도가 급격히 약해지면서 단기 조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기관 매물에 밀려 9.04포인트(0.45%) 하락한 1998.06으로 마감하며 닷새 만에 2000선을 내줬다. 외국인이 이날 2405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지만, 대부분이 마감 직전 동시호가 때 프로그램매매로 사들인 물량이다. 반면 투신은 이날도 2384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주식을 쏟아내기에 바빴다.
작년 이후 형성된 박스권 상단(2050선)까지는 대기 중인 펀드 환매 물량이 많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지금 환매되는 물량은 박스권 하단인 1800~1900선에서 유입된 자금의 차익실현성 매물일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 2년간 국내 주식형펀드의 지수대별 자금 유입 규모를 감안하면 아직 2조6000억원가량의 추가 환매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2011년 최고가(2228.96)를 경신하는 과정에서 유입된 자금까지 합하면 2050선 위에서도 9조3000억원가량의 잠재 매물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매물 부담을 털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는 분석이다.
○“비빌 언덕은 외국인과 연기금”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박스권 상단을 돌파하거나 글로벌 경기지표가 눈에 띄게 좋아지면 펀드 환매가 잦아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이사는 “개인 자금은 경기를 뒤따르는 특징이 있다”며 “글로벌 경기와 기업실적 호전이 개인들의 투자심리에 반영되는 시기는 올 연말이나 내년 초가 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오 팀장도 “다음달 발표되는 중국, 한국, 유로존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을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경기 확신이 강해지면 박스권 돌파에 대한 기대가 커지며 국내 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은 속도조절을 하겠지만 박스권 돌파와 안착 역시 외국인 손에 달렸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국내 경기선행지수가 100을 돌파한 후 평균 7개월가량은 주식을 샀다”며 “내년 1분기까지 수급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외국인”이라고 진단했다.
매수 여력이 남아있는 연기금에도 기대를 걸 만하다. 외국인들이 쉬는 사이 공백을 메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치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이 지난 6월 말 현재 17.7%인 주식투자 비중을 목표치인 20%까지 끌어올린다면 연말까지 매달 1조원가량의 추가 매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강지연/이고운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