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이 지원 거부 의사를 밝힌 오리온을 대신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줄 기업을 찾고 있다.

25일 재계 등에 따르면 동양그룹은 자산담보부증권(ABS) 발행을 위해 신용 지원을 해줄 기업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은 당초 오리온 주식을 담보로 신용 보강을 받아 최대 1조원가량의 ABS를 발행, 1조10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을 상환한다는 계획이었다. ABS를 발행해 급한 자금을 융통하고 추후 계열사 지분 등 자산을 매각해 갚겠다는 것이다.

동양은 오리온이 지원을 거부했지만 이 방안이 아직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ABS 발행을 위해 접촉했던 일부 금융사가 조건만 맞으면 지원할 의지가 있는 상황에서 동양시멘트나 동양파워 등 확실한 담보를 제공하면 신용을 대줄 지원군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양 관계자는 “최종적인 타결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몇몇 기업과는 이미 구체적으로 협의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양은 CP 등의 만기가 속속 돌아오기 때문에 최대한 협상을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동양은 또 산업은행 등 채권단 지원에도 희망을 걸고 있다. 산은은 (주)동양과 동양시멘트 등 대출받은 기업에 대한 지원은 검토해볼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의 동양그룹 여신은 (주)동양과 동양시멘트 대출 3500억원 등 총 4500억원에 이른다.

동양에서는 오너 일가가 사재 출연을 하며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만큼 채권단도 화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 모친인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말 동양네트웍스에 무상대여한 1500억원 규모의 오리온 주식 15만9000주(2.66%)를 증여키로 했다.

이렇게 되면 동양네트웍스의 부채비율은 현재 723%에서 150% 이하로 크게 떨어져 자금 조달 여력이 커진다. 동양네트웍스는 이관희 여사가 준 오리온 지분을 지난해 말 매각한 뒤 (주)동양과 동양레저 자산을 매입해 그룹 유동성 보강을 도왔다. 동양네크웍스는 현재현 회장의 장남인 승담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동양네트웍스는 이날 또 보유한 동양시멘트 주식 564만주(119억원 규모)를 (주)동양이 진 빚에 대한 담보로 제공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동양 관계자는 “모든 계열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