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는 기업 형사사건 놓고 로펌들 '자존심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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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사건 수임 경쟁…檢총장 출신도 물먹어
수임료 수백억대…결과 안좋으면 '물갈이' 수모
인맥이 곧 실력…로펌, 거물급 전관 모시기 사활
수임료 수백억대…결과 안좋으면 '물갈이' 수모
인맥이 곧 실력…로펌, 거물급 전관 모시기 사활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 구자원 LIG 그룹 회장과 그의 장남 구본상 LIG 넥스원 부회장에 대한 1심 재판에서 부자(父子)는 나란히 징역 3년과 징역 8년형의 실형을 각각 선고받았다.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에 대한 법원의 양형 과다 여부가 논란이었지만 법조계의 관심은 하나였다. ‘어느 로펌이 항소심을 맡을 것인가’였다. LIG 측은 중소 로펌 소속 변호사 위주로 변호인단을 짰다가 첫 공판을 앞두고 김앤장 소속 변호사로 대거 교체하는 모험을 강행했다. 하지만 국내 1위 로펌의 명성에 걸맞지 않은 예상 밖 성적표가 나오자 변호인단 물갈이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대기업 사건 잡아라…로펌들 경쟁 치열
로펌들이 대기업 소송을 따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기업·금융 등 자문 분야 일감이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수임료가 비싼 대기업 형사 사건에 눈을 돌리는 데 따른 것이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정권 초기 사정 칼바람과 경제민주화가 맞물리면서 대기업 소송 특수가 생긴 것이 사실”이라며 “법무법인마다 소송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기업 경영진의 구속과 1, 2심 실형 선고가 잇따르면서 수임경쟁은 가속화하고 있다. 해당 기업이 소송전략 차원에서 로펌들을 수시로 교체하면서 특정 로펌의 수임 독식도 불가능해졌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건에선 검찰총장을 지낸 변호사도 수임 경쟁에서 탈락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총수에 대한 변호는 일단 성과를 내면 해당 그룹 소송 수임을 보장받는 지름길인데다 로펌 자존심까지 걸려 이전투구까지 벌어진다고 한 로펌 변호사는 전했다. 1심에서 제대로 된 성적표를 내지 못해 2심에서 교체 위기에 처한 모 로펌은 “수임료를 받지 않을 테니 변호인단 명단에서만 빼지 말아 달라” “하청이라도 달라”고 읍소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대기업 총수가 관련된 소송은 수임료 수입도 많다. 법조계에선 수백억원대에 이른다는 것이 정설이다. “구속집행정지, 보석허가 등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면 보너스까지 포함해 100억원+α로 보면 된다”(A그룹 관계자)는 설명이다. 4개 로펌이 소송을 맡은 B그룹 총수 사건에선 로펌별로 챙긴 수임료가 5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C로펌 관계자는 “그룹 회장의 신변과 관련된 사건은 노동 강도와 스트레스가 다른 사건의 몇 배나 되고 투입되는 변호사도 많기 때문에 수임료가 비싸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거물급 전관에 외부 책사도 영입
형사 사건에선 로펌의 명성보다 판·검사들과의 거미줄 인맥 등 변호사의 ‘개인기’가 수임의 관건으로 꼽힌다. 로펌들이 거물급 전관 영입에 매달리는 이유다. 태평양과 지평지성이 최태원 SK 회장의 항소심 변호인단으로 낙점된 것도 이공현 변호사 등이 평소 최 회장과 상당한 신뢰를 쌓아둔 덕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연 한화 회장 사건의 상고심은 대법관 출신 이홍훈·신성택 변호사가 있는 화우·율촌이 공동 수임했다.
수임 경쟁이 치열해지자 로펌들은 외부 책사도 영입하고 있다. 김앤장은 최근 미래사회연구소를 설립하고 김원용 전 이화여대 교수에게 소장직을 맡겼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김 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이던 시절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전략홍보조정회의 멤버로 활동했다. 그는 김앤장 변호사들에게 빅데이터, 설득의 심리학 등을 활용한 사회과학적 접근법을 소개하고 있다. 김 소장은 “법률 규정에 얽매이기보다 사회적 합의점과 여론을 살피는 등 다각적 접근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대기업 사건 잡아라…로펌들 경쟁 치열
로펌들이 대기업 소송을 따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기업·금융 등 자문 분야 일감이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수임료가 비싼 대기업 형사 사건에 눈을 돌리는 데 따른 것이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정권 초기 사정 칼바람과 경제민주화가 맞물리면서 대기업 소송 특수가 생긴 것이 사실”이라며 “법무법인마다 소송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기업 경영진의 구속과 1, 2심 실형 선고가 잇따르면서 수임경쟁은 가속화하고 있다. 해당 기업이 소송전략 차원에서 로펌들을 수시로 교체하면서 특정 로펌의 수임 독식도 불가능해졌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건에선 검찰총장을 지낸 변호사도 수임 경쟁에서 탈락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총수에 대한 변호는 일단 성과를 내면 해당 그룹 소송 수임을 보장받는 지름길인데다 로펌 자존심까지 걸려 이전투구까지 벌어진다고 한 로펌 변호사는 전했다. 1심에서 제대로 된 성적표를 내지 못해 2심에서 교체 위기에 처한 모 로펌은 “수임료를 받지 않을 테니 변호인단 명단에서만 빼지 말아 달라” “하청이라도 달라”고 읍소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대기업 총수가 관련된 소송은 수임료 수입도 많다. 법조계에선 수백억원대에 이른다는 것이 정설이다. “구속집행정지, 보석허가 등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면 보너스까지 포함해 100억원+α로 보면 된다”(A그룹 관계자)는 설명이다. 4개 로펌이 소송을 맡은 B그룹 총수 사건에선 로펌별로 챙긴 수임료가 5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C로펌 관계자는 “그룹 회장의 신변과 관련된 사건은 노동 강도와 스트레스가 다른 사건의 몇 배나 되고 투입되는 변호사도 많기 때문에 수임료가 비싸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거물급 전관에 외부 책사도 영입
형사 사건에선 로펌의 명성보다 판·검사들과의 거미줄 인맥 등 변호사의 ‘개인기’가 수임의 관건으로 꼽힌다. 로펌들이 거물급 전관 영입에 매달리는 이유다. 태평양과 지평지성이 최태원 SK 회장의 항소심 변호인단으로 낙점된 것도 이공현 변호사 등이 평소 최 회장과 상당한 신뢰를 쌓아둔 덕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연 한화 회장 사건의 상고심은 대법관 출신 이홍훈·신성택 변호사가 있는 화우·율촌이 공동 수임했다.
수임 경쟁이 치열해지자 로펌들은 외부 책사도 영입하고 있다. 김앤장은 최근 미래사회연구소를 설립하고 김원용 전 이화여대 교수에게 소장직을 맡겼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김 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이던 시절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전략홍보조정회의 멤버로 활동했다. 그는 김앤장 변호사들에게 빅데이터, 설득의 심리학 등을 활용한 사회과학적 접근법을 소개하고 있다. 김 소장은 “법률 규정에 얽매이기보다 사회적 합의점과 여론을 살피는 등 다각적 접근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