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시엄 "취미·쇼핑습관·재정상태…당신의 모든 것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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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Practice - 데이터 분석·판매업체 액시엄
7억명 개인정보 관리…'빅데이터의 제왕'
여론조사 분석업체서 출발…데이터 판매업으로 본격 변신
웰스파고 등 대형 금융회사부터 페이스북 같은 IT기업도 고객사
인권 침해 논란은 여전히…
7억명 개인정보 관리…'빅데이터의 제왕'
여론조사 분석업체서 출발…데이터 판매업으로 본격 변신
웰스파고 등 대형 금융회사부터 페이스북 같은 IT기업도 고객사
인권 침해 논란은 여전히…
“내가 모르는 사이 나의 모든 정보를 샅샅이 파헤치는 ‘보이지 않는 회사’가 있다면?”
최근 들어 사이버 해킹의 피해가 급증하면서 개인정보 보안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합법적인 경로를 통해 이 잡듯이 뒤져 분석하며, 향후 행동 패턴까지 예측할 수 있도록 돕는 빅데이터(big data) 사업이 번창하고 있다. 기업의 마케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를 전문적으로 수집하고 판매하는 데이터 판매업은 인권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신성장 사업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이 분야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액시엄(Acxiom)은 미국에서 가장 큰 데이터 분석·판매업체다.
○개인정보 수집대상만 7억명
액시엄은 원래 여론조사 자료보관·분석업체로 출발했다. 1969년 미국 아칸소주에서 이 회사를 창업한 찰스 워드는 그동안 모은 각종 정보들로 자신이 지지했던 미국 민주당을 지원하기도 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그저 그런 데이터 관리회사에 불과했던 액시엄은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인 변신에 나섰다. 정보기술(IT)이 조금씩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남기는 각종 개인정보의 ‘흔적’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백화점 방문이나 피트니스센터 회원 등록을 비롯해 신용카드 사용과 보험 가입 등 금융기록에 이르기까지 모든 자료가 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액시엄은 다른 경쟁자들보다 일찍 간파했다. 액시엄은 그렇게 해서 데이터 판매업체로 본격 변신했다.
액시엄에선 미국인 3억여명을 포함해 총 7억명이 넘는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분류·관리한다. 개인정보 관리 항목만 1500여개에 달한다. 또 이 정보를 관리하는 데이터 저장 서버장비가 2만3000여대에 이른다.
액시엄은 일단 특정 개인의 인적사항을 받은 뒤엔 그 사람에게 13자릿수로 구성된 고유번호를 부여한다. 또 해당 개인으로부터 나이와 성별, 주거지역과 피부색, 취미생활과 정치적 취향, 자주 가는 여행지와 쇼핑 습관, 교육 수준과 과거 병력, 재정 상황 등 수많은 정보를 캐낸다. 또 기업이 실시하는 광고가 특정 소비자나 계층의 취향과 요구에 부합하는지에 대해 매년 25만여건의 자문을 제공한다.
액시엄의 가장 큰 특징은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을 통해서도 개인정보를 얻는다는 것이다. 액시엄은 구글이나 야후 등 인터넷 기업이 아니라 일반 회사나 공공기관에서 정보를 수집한다. 전화번호부 또한 액시엄의 중요한 자료다. 공문서 신청과 신문·잡지 구독, 설문조사 참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 등 다양한 데이터가 액시엄에는 곧 금광이나 다름없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광고사업 부문인 마이크로소프트 애드버타이징 부사장 출신 스콧 하우 액시엄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기술이 날로 발전하면서 전통적 방식의 마케팅과 빅데이터 사이에서 경영 및 홍보전략에 혼란을 느끼는 고객사들이 늘고 있다”며 “액시엄의 역할은 온라인 검색 광고와 모바일 광고 등 다양한 형식의 새로운 마케팅을 시도하는 기업들을 위해 기초적인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정치권의 빅데이터 활용 러브콜
액시엄의 빅데이터 관리는 많은 기업들로부터 환영받고 있다. 액시엄은 자사와 거래 중인 고객사가 몇 곳인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대략 7000여곳 정도로 업계는 추정한다. 웰스파고와 HSBC 등 대형 금융회사, 도요타와 포드 등 자동차 회사들이 액시엄의 고객사로 알려져 있다. 페이스북과 MS, 야후와 같은 IT 대기업들도 액시엄과 손을 잡았다.
워싱턴 정가 또한 액시엄의 중요한 고객이다. 창업 당시 민주당을 지지했던 액시엄은 이젠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에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은 액시엄의 도움을 받아 한 단계 진화된 선거 전략을 선보였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을 통해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가 갑자기 연락해 투표 의사나 선거 때 누구를 지지할지 등을 물어오는 식이다.
양당의 선거 전략팀에선 어떤 유권자를 전화로 공략할지 선별하기 위해, 유권자의 정치 성향과 투표 태도 등에 관한 데이터를 그들의 페이스북 친구 자료들을 통해 찾았다. 그리고 이를 위해 액시엄으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액시엄은 세밀한 정보 분석을 거쳐 어떤 사람이 어떤 회사의 제품에 관심을 갖게 될지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빠르게 새로운 고객을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액시엄의 목표는 자사의 서비스를 통해 광고 비용을 줄이고 매출을 극대화하는 것, 즉 비용 절감이다. 이 같은 목표는 액시엄의 고객사가 원하는 첨단 마케팅 기법의 지향점과도 일치한다. ○사이버 인권 침해 논란도
하지만 액시엄은 사업 시작 이후 지금까지 개인 사생활 침해 논란으로 끊임없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해 6월 파이낸셜타임스(FT)에서 “데이터 판매시장에서 개인정보의 가치가 1인당 0.0005달러에 불과하다”고 폭로하면서 액시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 또한 높아졌다. 미국의 인권단체 디지털민주주의센터의 제프 체스터 대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법으로 보호받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아마존이 고객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팔아넘기는 것은 합법적으로 이뤄지며, 오직 자율적인 표준약관으로 규제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3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이런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그해 말까지 데이터 판매업체들이 자율 규제를 도입하도록 요구했다.
액시엄은 지난 5일부터 소비자가 직접 자신의 개인정보 수집과 활용 현황을 확인하는 사이트 ‘어바웃 더 데이터닷컴(AboutTheData.com)’ 운영을 시작했다. 개인이 이 홈페이지에 접속하고 이름과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액시엄이 수집한 개인정보를 확인하거나, 수정도 할 수 있게 했다. 스콧 하우 CEO는 “우리는 소비자가 공개를 승인한 정보의 틀 안에서만 합법적이고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자료를 수집한다”고 강조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최근 들어 사이버 해킹의 피해가 급증하면서 개인정보 보안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합법적인 경로를 통해 이 잡듯이 뒤져 분석하며, 향후 행동 패턴까지 예측할 수 있도록 돕는 빅데이터(big data) 사업이 번창하고 있다. 기업의 마케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를 전문적으로 수집하고 판매하는 데이터 판매업은 인권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신성장 사업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이 분야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액시엄(Acxiom)은 미국에서 가장 큰 데이터 분석·판매업체다.
○개인정보 수집대상만 7억명
액시엄은 원래 여론조사 자료보관·분석업체로 출발했다. 1969년 미국 아칸소주에서 이 회사를 창업한 찰스 워드는 그동안 모은 각종 정보들로 자신이 지지했던 미국 민주당을 지원하기도 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그저 그런 데이터 관리회사에 불과했던 액시엄은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인 변신에 나섰다. 정보기술(IT)이 조금씩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남기는 각종 개인정보의 ‘흔적’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백화점 방문이나 피트니스센터 회원 등록을 비롯해 신용카드 사용과 보험 가입 등 금융기록에 이르기까지 모든 자료가 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액시엄은 다른 경쟁자들보다 일찍 간파했다. 액시엄은 그렇게 해서 데이터 판매업체로 본격 변신했다.
액시엄에선 미국인 3억여명을 포함해 총 7억명이 넘는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분류·관리한다. 개인정보 관리 항목만 1500여개에 달한다. 또 이 정보를 관리하는 데이터 저장 서버장비가 2만3000여대에 이른다.
액시엄은 일단 특정 개인의 인적사항을 받은 뒤엔 그 사람에게 13자릿수로 구성된 고유번호를 부여한다. 또 해당 개인으로부터 나이와 성별, 주거지역과 피부색, 취미생활과 정치적 취향, 자주 가는 여행지와 쇼핑 습관, 교육 수준과 과거 병력, 재정 상황 등 수많은 정보를 캐낸다. 또 기업이 실시하는 광고가 특정 소비자나 계층의 취향과 요구에 부합하는지에 대해 매년 25만여건의 자문을 제공한다.
액시엄의 가장 큰 특징은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을 통해서도 개인정보를 얻는다는 것이다. 액시엄은 구글이나 야후 등 인터넷 기업이 아니라 일반 회사나 공공기관에서 정보를 수집한다. 전화번호부 또한 액시엄의 중요한 자료다. 공문서 신청과 신문·잡지 구독, 설문조사 참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 등 다양한 데이터가 액시엄에는 곧 금광이나 다름없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광고사업 부문인 마이크로소프트 애드버타이징 부사장 출신 스콧 하우 액시엄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기술이 날로 발전하면서 전통적 방식의 마케팅과 빅데이터 사이에서 경영 및 홍보전략에 혼란을 느끼는 고객사들이 늘고 있다”며 “액시엄의 역할은 온라인 검색 광고와 모바일 광고 등 다양한 형식의 새로운 마케팅을 시도하는 기업들을 위해 기초적인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정치권의 빅데이터 활용 러브콜
액시엄의 빅데이터 관리는 많은 기업들로부터 환영받고 있다. 액시엄은 자사와 거래 중인 고객사가 몇 곳인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대략 7000여곳 정도로 업계는 추정한다. 웰스파고와 HSBC 등 대형 금융회사, 도요타와 포드 등 자동차 회사들이 액시엄의 고객사로 알려져 있다. 페이스북과 MS, 야후와 같은 IT 대기업들도 액시엄과 손을 잡았다.
워싱턴 정가 또한 액시엄의 중요한 고객이다. 창업 당시 민주당을 지지했던 액시엄은 이젠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에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은 액시엄의 도움을 받아 한 단계 진화된 선거 전략을 선보였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을 통해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가 갑자기 연락해 투표 의사나 선거 때 누구를 지지할지 등을 물어오는 식이다.
양당의 선거 전략팀에선 어떤 유권자를 전화로 공략할지 선별하기 위해, 유권자의 정치 성향과 투표 태도 등에 관한 데이터를 그들의 페이스북 친구 자료들을 통해 찾았다. 그리고 이를 위해 액시엄으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액시엄은 세밀한 정보 분석을 거쳐 어떤 사람이 어떤 회사의 제품에 관심을 갖게 될지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빠르게 새로운 고객을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액시엄의 목표는 자사의 서비스를 통해 광고 비용을 줄이고 매출을 극대화하는 것, 즉 비용 절감이다. 이 같은 목표는 액시엄의 고객사가 원하는 첨단 마케팅 기법의 지향점과도 일치한다. ○사이버 인권 침해 논란도
하지만 액시엄은 사업 시작 이후 지금까지 개인 사생활 침해 논란으로 끊임없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해 6월 파이낸셜타임스(FT)에서 “데이터 판매시장에서 개인정보의 가치가 1인당 0.0005달러에 불과하다”고 폭로하면서 액시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 또한 높아졌다. 미국의 인권단체 디지털민주주의센터의 제프 체스터 대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법으로 보호받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아마존이 고객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팔아넘기는 것은 합법적으로 이뤄지며, 오직 자율적인 표준약관으로 규제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3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이런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그해 말까지 데이터 판매업체들이 자율 규제를 도입하도록 요구했다.
액시엄은 지난 5일부터 소비자가 직접 자신의 개인정보 수집과 활용 현황을 확인하는 사이트 ‘어바웃 더 데이터닷컴(AboutTheData.com)’ 운영을 시작했다. 개인이 이 홈페이지에 접속하고 이름과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액시엄이 수집한 개인정보를 확인하거나, 수정도 할 수 있게 했다. 스콧 하우 CEO는 “우리는 소비자가 공개를 승인한 정보의 틀 안에서만 합법적이고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자료를 수집한다”고 강조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