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연도 5일 남기고 여야 대립…합의 실패하면 정부 일부 폐쇄
그린스펀 전 의장은 그의 새로운 저서 ‘지도와 영역:리스크, 인간의 본성 그리고 미래 예측(The Map and Territory:Risk, Human Nature, and the Future of Forecasting)’에서 이같이 지적했다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6일 보도했다. 이 책은 10월 초 공식 출간 예정이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책에서 “미국이 재정적자 문제를 방치하면 금융위기에 직면할 수 있고 과거 100년 동안 누려온 세계 최강의 지위도 무너질 것”이라며 “재정적자 문제를 비롯해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는 정치권이 이런 우려를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실 금융회사와 대기업에 대한 정부의 잠재적인 구제금융 등을 고려하면 재정적자 규모는 실제 통계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 4년 동안 매년 1조달러 이상의 재정적자를 보면서 연방정부 부채 규모가 현재 법정한도인 14조7000억달러에 도달했다. 잭 루 미 재무장관은 “의회가 오는 10월17일까지 부채한도를 늘리지 않으면 더 이상 국채를 발행하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직면한다”며 의회가 부채한도를 확대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민주당)이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등 재정지출을 줄이지 않으면 부채한도를 상향 조정해줄 수 없다며 버티고 있어 협상 전망이 불투명하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정치가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지금 미국의 최우선 과제는 부러진 정치 시스템을 고치는 것”이라며 “그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심각하게 흐트러진 경제를 장기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정치권을 비판했다. 이어 “1960년대 워싱턴포스트 전 회장인 캐서린 그레이엄 여사가 초청한 만찬에 참석했을 때 참석자들의 절반은 민주당이고 절반은 공화당 측 인사였다”고 회고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비슷한 만찬에 가보면 95%가 민주당 또는 공화당 인사로 채워져 있고 나머지 5%만 반대당”이라며 정치권의 대립과 분열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2014회계연도(2013년 10월~2014년 9월) 시작이 닷새밖에 남지 않았지만 미 의회는 여전히 예산안을 놓고 싸우고 있다. 그때까지 합의하지 못하면 정부기관이 일부 폐쇄되는 사태가 빚어진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