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위험 상시평가
B등급 기업 3단계로 세분화
자산 매각 등 자구노력 독려
26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 당국은 주채무계열 및 재무구조개선 약정 제도를 손질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다음달 중 개선 내용을 발표한다. 기존 재무구조개선 약정이 기업 부실을 예방하고 개선하는 측면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약정 기준에 ‘비재무 요소’도 반영
최근 자금 경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양그룹은 기업어음(CP)과 회사채 등 시장성 채무가 많다. 현대그룹도 마찬가지다. 두 그룹은 은행의 관리감독을 피하기 위해 은행 빚을 갚고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약정 체결을 회피했다.
이에 따라 당국은 약정체결 대상 기업을 고르는 기준을 바꿀 계획이다. 특히 웅진그룹 사례 등을 참고해 비재무적 요인을 상당 부분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웅진그룹은 재무제표상 큰 문제가 없어 약정체결 대상이 아니었지만 작년 9월 계열사 극동건설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지급보증이 문제가 되자 지주사와 계열사가 동시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금융감독 당국은 부채비율, 영업이익률, 이자보상비율, 현금 흐름, 현금성 자산 등 재무적 요소 위주로 구성된 약정체결 대상 대기업 그룹 선정 기준에 비재무적 요소를 반영할 예정이다. PF 지급보증 등 우발 채무 발생 가능성이나 특수목적회사(SPC)에 대한 신용공여 현황 등도 포함해 대상 기업을 선정한다는 의미다. 부채비율 등을 세분화해 반영하는 등 그룹별로 차등화 폭도 넓히기로 했다.
또 지금은 주채무계열로 선정되는 대상이 상호채무보증금지 기업집단 중 전 금융권의 신용공여액이 0.1% 이상(약 1조6000억원)으로 제한돼 있다. 금감원은 이 기준을 0.1% 이하로 낮추거나 CP 및 회사채의 절반가량을 신용공여에 반영하는 방안을 금융위원회에 제시했다.
이 경우 현대그룹 등 은행 여신은 적지만 시장성 채무가 많은 기업이 약정체결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금감원의 상급기관인 금융위는 이 방안에 다소 부정적이다.
○약정 거부시 공시 의무화 등 추진
위기를 겪는 기업이 금융권에 각종 정보를 숨기다가 부도위험 등이 현실화된 뒤에야 도움을 청하는 관행을 개선하는 방안도 포함된다. 기업과 은행 사이의 ‘정보비대칭’을 해소하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약정 체결기업뿐 아니라 약정 체결 전이지만 재무적으로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판별되는 그룹(준 약정대상 기업)에 금융권에 대한 정보제공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 등이 검토된다. 주요 자산 매각 진행상황, 인수합병(M&A) 진행상황 등을 알리라는 것이다.
2011년 외환은행 등에 진 빚을 갚고 주채무계열 선정을 피한 현대그룹처럼 약정 체결을 거부하는 기업에 대한 제재 방안도 마련된다. 공시의무를 대폭 강화해 주주 및 투자자 등에게 정보제공량을 크게 늘리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다. 대신 약정을 체결한 기업에는 채권단이 여신 회수를 자제하기로 했다.
○신용위험등급 세분화로 선제적 대응
금융권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기업들의 재무상황을 평가해 A~D등급으로 나눠 워크아웃 대상(C등급)과 법정관리 대상(D등급)을 골라내는 ‘대기업 신용위험 평가제도’도 일부 손질한다.
지금은 정상이지만 재무상태가 악화될 수 있는 B등급 기업의 분류를 3단계로 세분화해 가장 아래에 있는 ‘관리대상 기업’을 골라내는 내용 등이 논의되고 있다. 자산매각 등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독려해 해당 기업이 C등급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