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활한 커뮤니케이션…관점 수용부터 익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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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카페
말귀 못 알아듣는 부하직원…"왜 그럴까" 탓만 말고
말하는 자기 자신부터 '지식의 저주'에 빠지지 말아야
말귀 못 알아듣는 부하직원…"왜 그럴까" 탓만 말고
말하는 자기 자신부터 '지식의 저주'에 빠지지 말아야
최근 TV에서 방영하는 프로그램 중에 ‘다짜고짜 스피드퀴즈’란 게 있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이 자신과 친한 동료 연예인에게 사전 동의 없이 무조건 전화를 건다. 그리고 상대방이 전화를 받으면 다짜고짜 문제를 출제한다. 상대방은 60초 동안 최대한 많은 답을 말해야 한다. 출연자들은 어떤 방식인지 아니까 마음의 준비가 돼 있지만, 상대방은 “여보세요”에 대한 답으로 갑작스런 문제가 나오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는 어영부영 답을 맞히는데, 이게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에는 ‘지식의 저주(The Curse of Knowledge)’라는 재미있는 현상이 숨어 있다. 지식의 저주란 사람들이 일단 무언가를 알고 나면, 그것을 모른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를 생각하지 못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아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의 마음을 모른다는 거다. 퀴즈 프로그램에서 출제자는 자기는 정답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아는 관련 있는 모든 것을 말하지만, 답을 모르는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그 설명이 도대체 뭘 설명하는지 감을 잡기가 쉽지 않다.
출제자는 ‘이걸 이렇게 설명했는데도 왜 못 맞히지?’라고 생각한다. 내가 알기 때문에 상대방도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믿다가 엉뚱한 일이 벌어지는 경험을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그때 아마도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 당연한 걸 왜 모르지?’
‘지식의 저주’는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에서 오해를 낳는 원인이 된다. 관리자와 직원, 생산자와 소비자, 회사의 본사와 현장 직원 등 모두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업무를 진행하게 되지만, 서로가 갖고 있는 정보의 불균형 때문에 괴로워한다. 필자도 강의를 준비하면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혹시 ‘간납업체’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병원의 장비 구매를 대행해 주는 아웃소싱 회사를 말한다고 한다.
직원이 고객사와 인터뷰하다가 나온 말을 그대로 받아 적어와서 보고를 하는데 ‘간납업체’라는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문맥상 이 말을 모르면 상황을 알 수가 없어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인터뷰를 담당했던 직원은 당황해 하며 자기도 무슨 뜻인지 모른다고 한다. 그 직원의 입장도 이해는 된다. ‘지식의 저주’에 빠진 고객은 당연히 우리 직원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전문 용어를 남발했을 것이고, 그 직원은 고객과의 대화에서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몰라도 아는 척하며 받아 적었을 것이다.
이처럼 상대방이 모르거나 충분히 공감되지 않은 용어를 사용하면 불필요한 오해를 낳거나, 원치 않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한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회사의 핵심가치를 ‘고객 최우선주의’로 하자고 모든 임직원에게 선포한 경우를 생각해 보자. 다음날 고객센터에 제품을 환불해 달라는 고객이 왔다. 고객만족센터의 직원은 어떻게 해야 할까.
최고경영자가 고객 최우선주의를 내세웠으니 이유를 불문하고 환불에 응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최고경영자가 말한 ‘고객 최우선주의’가 과연 그런 뜻이었을까. 혹시 최고경영자는 ‘고객이 원하는 바를 보다 면밀히 관찰해 그들이 가장 원하는 제품을 생산해 내자’는 뜻으로 그 말을 사용한 것은 아닐까. 최고경영자가 자신의 생각, 지식을 바탕으로 내세운 한 마디가 다른 임직원들에게 생각 그대로 전달되기는 쉽지 않다. 최고경영자는 ‘지식의 저주’에 빠져 본인의 생각이 당연히 전달될 것이라고 생각, 배경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오해가 생기기 쉽다.
‘지식의 저주’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용어 선택에 조심해야 한다. 자기 회사에서는 자주 쓰지만 상대방이 모르는 용어라면 피해야 한다. 굳이 써야 한다면, 자세한 설명을 붙여 상대방이 난처하지 않도록 배려해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용어 선택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내가 아닌 상대의 수준, 상대의 지식, 상대의 경험 등을 기준으로 의사소통에 임해야 한다는 점이다.
스피드 퀴즈에서 문제를 잘 맞히는 사람이나, 상대방이 잘 맞히도록 문제를 출제하는 사람들을 보면 상대방이 알아들을 만한 말로 설명을 해준다. 이처럼 상대방의 입장과 관점을 받아들이는 능력을 ‘관점수용능력’이라고 한다. 관점수용을 할 때 비로서 명확한 소통이 가능해진다. 관점수용을 하면 자신만의 용어가 아닌 상대의 용어를 사용할 수 있고, 상대에 대한 배려의 느낌을 물씬 풍길 수 있게 된다.
이계평 <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
여기에는 ‘지식의 저주(The Curse of Knowledge)’라는 재미있는 현상이 숨어 있다. 지식의 저주란 사람들이 일단 무언가를 알고 나면, 그것을 모른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를 생각하지 못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아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의 마음을 모른다는 거다. 퀴즈 프로그램에서 출제자는 자기는 정답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아는 관련 있는 모든 것을 말하지만, 답을 모르는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그 설명이 도대체 뭘 설명하는지 감을 잡기가 쉽지 않다.
출제자는 ‘이걸 이렇게 설명했는데도 왜 못 맞히지?’라고 생각한다. 내가 알기 때문에 상대방도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믿다가 엉뚱한 일이 벌어지는 경험을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그때 아마도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 당연한 걸 왜 모르지?’
‘지식의 저주’는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에서 오해를 낳는 원인이 된다. 관리자와 직원, 생산자와 소비자, 회사의 본사와 현장 직원 등 모두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업무를 진행하게 되지만, 서로가 갖고 있는 정보의 불균형 때문에 괴로워한다. 필자도 강의를 준비하면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혹시 ‘간납업체’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병원의 장비 구매를 대행해 주는 아웃소싱 회사를 말한다고 한다.
직원이 고객사와 인터뷰하다가 나온 말을 그대로 받아 적어와서 보고를 하는데 ‘간납업체’라는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문맥상 이 말을 모르면 상황을 알 수가 없어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인터뷰를 담당했던 직원은 당황해 하며 자기도 무슨 뜻인지 모른다고 한다. 그 직원의 입장도 이해는 된다. ‘지식의 저주’에 빠진 고객은 당연히 우리 직원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전문 용어를 남발했을 것이고, 그 직원은 고객과의 대화에서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몰라도 아는 척하며 받아 적었을 것이다.
이처럼 상대방이 모르거나 충분히 공감되지 않은 용어를 사용하면 불필요한 오해를 낳거나, 원치 않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한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회사의 핵심가치를 ‘고객 최우선주의’로 하자고 모든 임직원에게 선포한 경우를 생각해 보자. 다음날 고객센터에 제품을 환불해 달라는 고객이 왔다. 고객만족센터의 직원은 어떻게 해야 할까.
최고경영자가 고객 최우선주의를 내세웠으니 이유를 불문하고 환불에 응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최고경영자가 말한 ‘고객 최우선주의’가 과연 그런 뜻이었을까. 혹시 최고경영자는 ‘고객이 원하는 바를 보다 면밀히 관찰해 그들이 가장 원하는 제품을 생산해 내자’는 뜻으로 그 말을 사용한 것은 아닐까. 최고경영자가 자신의 생각, 지식을 바탕으로 내세운 한 마디가 다른 임직원들에게 생각 그대로 전달되기는 쉽지 않다. 최고경영자는 ‘지식의 저주’에 빠져 본인의 생각이 당연히 전달될 것이라고 생각, 배경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오해가 생기기 쉽다.
‘지식의 저주’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용어 선택에 조심해야 한다. 자기 회사에서는 자주 쓰지만 상대방이 모르는 용어라면 피해야 한다. 굳이 써야 한다면, 자세한 설명을 붙여 상대방이 난처하지 않도록 배려해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용어 선택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내가 아닌 상대의 수준, 상대의 지식, 상대의 경험 등을 기준으로 의사소통에 임해야 한다는 점이다.
스피드 퀴즈에서 문제를 잘 맞히는 사람이나, 상대방이 잘 맞히도록 문제를 출제하는 사람들을 보면 상대방이 알아들을 만한 말로 설명을 해준다. 이처럼 상대방의 입장과 관점을 받아들이는 능력을 ‘관점수용능력’이라고 한다. 관점수용을 할 때 비로서 명확한 소통이 가능해진다. 관점수용을 하면 자신만의 용어가 아닌 상대의 용어를 사용할 수 있고, 상대에 대한 배려의 느낌을 물씬 풍길 수 있게 된다.
이계평 <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