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피우며 뜨거운 커피 한 잔?…식도암 조심하세요
‘음식을 삼켰는데 목에 걸린 듯 시원하게 넘어가지 않았다. 처음엔 고기처럼 딱딱한 종류만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차츰 부드러운 음식, 음료수는 물론 침 삼키기도 힘들어진다.’

식도암 환자들을 괴롭히는 대표적인 증상이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환자가 날로 증가하는 식도암, 어떻게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을까.

○목에 걸린 듯한 증상 느껴져

몇달 전부터 식사 때마다 목에 뭔가 걸린 듯했던 김모씨(59). ‘나이 들면 소화도 힘들고 음식도 삼키기 힘들어지는 것이겠지’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증상이 없어지기는커녕 점점 더 심해졌고, 지난 추석 때는 음식을 삼키는 것조차 불편해졌다. 체중도 3㎏ 줄었다. 병원을 찾아갔더니 담당의사는 간단한 진찰과 내시경검사를 한 뒤 “식도 중간 부위에 암 덩어리가 꽤 많이 자랐다”고 설명했다.

식도암은 김씨처럼 음식을 삼키기 힘든 증상(연하 곤란)이 가장 큰 특징이다. 환자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딱딱한 음식을 멀리하고 음식을 오래 씹어 먹는다. 또 식사 중 물 마시는 일도 부쩍 늘게 된다. 음식을 쉽게 넘기기 위함이다.

심영목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 교수는 “처음에는 고기나 밥 등의 고형음식을 삼킬 때 증상을 느끼다가 점차 물이나 침조차 삼키기 힘들게 된다”며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된 환자는 영양 결핍에 따른 체중 감소도 흔히 나타난다. 식도가 따끔거리는 듯한 이물감이나 통증, 체중감소로 인한 허약감, 쉰 목소리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증상들이 이미 암세포가 한참 자란 후 나타난다는 점이다. 실제 식도암은 국내에서 매년 1500~2000명의 환자가 발생하지만 수술치료가 가능한 경우는 600명에 불과하다. 환자 3명 중 2명 이상은 완치를 포기해야 하는 상태에서 병원을 찾는다.

물론 음식을 삼키기 힘든 증상이 있다고 해서 모두 식도암은 아니다. 위에 남아있는 음식물이 식도로 넘어오는 위식도 역류증(역류성 식도염)이나 신경이 예민한 환자도 연하 곤란 증상으로 고생한다.

○50세 이상 흡연자는 내시경 검사를

식도암은 주로 50~70대, 특히 흡연 남성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의료계에 따르면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식도암 발생률이 8~10배 높다. 만일 흡연과 함께 음주도 즐긴다면 발생 위험은 두 배로 높아진다.

위식도 역류 질환 같은 식도 염증도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위식도 역류질환 땐 강산인 위의 음식물이 식도로 거꾸로 들어가면서 세포를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또 뜨거운 음식물, 강한 자극성 음식 등도 모두 식도암 위험인자다.

해부학적으로 식도는 위장·소장·대장 등 다른 소화기관과 달리 장막이 없고 림프절은 많아 일단 암 세포가 발생하면 간·폐·뼈·부신 등 다른 장기로 암세포가 퍼질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식도암은 별반 증상이 없는 초기에 암세포를 발견해 치료받는 게 좋다. 진단은 내시경 검사로 암이 의심되는 부위가 발견되면 조직검사를 통해 비교적 쉽게 확진할 수 있다. 중년 이후, 특히 흡연자는 매년 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해야 하는 이유다.

○초기 땐 수술로 완치 가능

일단 식도암으로 진단받은 환자 치료는 수술로 암 덩어리를 제거하는 게 원칙이다. 항암치료·방사선 치료가 보조적으로 필요한 경우도 있다. 만일 아주 초기에 발견해 암세포가 점막에만 국한돼 있을 땐 내시경을 통해 암을 제거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심영목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 교수팀은 지난 13년간 식도암 수술을 받은 808명의 5년 후 생존율을 조사했다. 환자는 대부분 남자(94.4%)였으며, 평균연령은 63세(환자 분포 28~90세)였다. 수술 후 생존기간은 70개월로 나타났다. 특히 1기인 경우 생존율은 80.2%인 반면 4기는 17.8%에 불과할 정도로 진단과 치료 시기가 생존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 피우며 뜨거운 커피 한 잔?…식도암 조심하세요
하지만 1기에 수술을 받은 사람은 4분의 1에 불과했다. 치료 효과가 아무리 좋아도 암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최선이다. 식도암 예방은 금연을 비롯해 암 발생 위험인자를 일상생활에서 제거하는 데 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심영목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