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량한 느낌의 사막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길게 뻗은 도로. 짙은 검은색 보잉 선글라스와 헬멧을 쓴 가죽 재킷 차림의 사내가 중저음의 묵직한 엔진 배기음을 내뿜는 모터사이클을 홀로 타고 달린다.’

이런 장면을 상상한다면, 어떤 모터사이클이 어울릴까? 아마도 십중팔구 ‘할리데이비슨’을 생각할 것이다. 그만큼 할리데이비슨은 세계에 걸쳐 두터운 마니아층을 거느린 미국 최대 모터사이클 제조사다. 세련된 디자인과 최고 속도를 앞세운 유럽 스포츠카와 달리 배기량과 가속력에 중점을 둔 아메리칸 ‘머슬카’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이기도 하다. 하지만 할리데이비슨이 처음부터 1등 브랜드는 아니었다. 할리데이비슨보다 역사도 길고 1930년대까지 미국 시장을 장악했던 모터사이클은 따로 있었다. 바로 인디언모터사이클이다.

인디언모터사이클은 1901년 설립됐다. 할리데이비슨(1903년)보다 2년 먼저였다. ‘아메리칸 크루저’(장거리 운행 모터사이클)의 상징과도 같은 V형 2기통 엔진을 세계 최초로 적용하며 미국 모터사이클의 원조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두 번의 세계대전 이후 급성장한 할리데이비슨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판매 부진을 겪었다. 여기다 1930년대 대공황까지 겹치면서 인디언모터사이클은 수차례 합병과 매각 과정을 거치며 장기간 표류하게 됐다.

주인이 계속 바뀌는 과정에서도 신모델 개발은 이어졌다. 1948년엔 ‘648 스카우트’라는 모델이 미국의 대표적 레이싱 경기인 ‘데이토나 200 레이스’에 출전, 우승컵을 거머쥐기도 했다. 하지만 판매 부진은 계속됐고 2011년 미국 폴라리스 그룹에 인수되면서 본격적인 ‘부활’의 몸짓을 시작했다.

2014년형 새 모델은 총 3종으로 △2014 인디언 치프 테인과 △2014 인디언 치프 빈티지 △2014 인디언 치프 클래식이다. 1922년부터 이어져 온 인디언 치프 시리즈의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로 장거리 주행을 위한 큰 차체와 크루즈 컨트롤, 스마트키 등 다양한 안전 및 편의 사양이 탑재됐다. 주력 모델인 치프 빈티지는 인디언을 상징하는 가죽 소재의 사이드백과 장식이 눈에 띈다. 가격은 치프 테인 4300만원, 치프 빈티지 3900만원, 치프 클래식이 3500만원이다.

인디언모터사이클 국내 수입 및 판매는 화창상사가 맡고 있다. 할리데이비슨과 인디언모터사이클의 오랜 라이벌 역사를 보여주듯 서울 한남동의 전시장도 서로 마주 보고 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