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 토론] TPP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참여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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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TPP)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TPP는 미국·일본·캐나다·멕시코·호주·뉴질랜드·싱가포르·브루나이·베트남·말레이시아·칠레·페루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2개국 간에 진행 중인 자유무역협정(FTA)을 말한다. 2005년 6월 뉴질랜드·싱가포르·칠레·브루나이 등 4개국 체제로 시작했지만 2008년 2월 미국이 참여하면서 회원국 수가 늘고 있다. 현재까지 참여한 12개국의 경제 규모만 세계 경제의 38%에 달한다.
당초 정부 내에서는 이미 한·미 FTA를 체결했기 때문에 TPP에 참여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한·중 FTA와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TPP 참여가 조심스러운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3월 일본이 TPP 참여를 공식 선언하면서 정부 내 기류가 바뀌었다. 중국도 TPP 협상에 관심이 있다며 참여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TPP 관련 통상산업포럼을 여는 등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
TPP 협상 조기 참여를 두고 찬반 의견은 팽팽하다. 찬성하는 쪽은 TPP 협상에 서둘러 참여해 시장 개방과 통상 규범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입장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협상 참여국들이 지난 8월 브루나이 각료회의에서 연내 타결을 목표로 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만큼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TPP 교섭 참여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TPP의 협상 기준이 한·미 FTA를 모델로 하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불리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협상 참여국 가운데 호주 뉴질랜드 등 농산물 수출국이 많아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에 따른 국내 여론이 나빠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조미현/이태명 기자 mwise@hankyung.com
찬성 GDP 증가 효과만 460억弗…日과 자유무역도 ‘失보다 得’
‘참여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TPP 협상을 둘러싼 한국의 고민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내 의견 조정 과정을 잘 거친다면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한국이 TPP의 일원이 될 경우 잃을 것에 비해 얻는 게 월등히 많고, 참여하지 않는다면 잃을 게 더 많기 때문이다.
TPP는 최고 수준의 시장 개방과 가장 앞선 무역 규범을 이룩하기 위해 환태평양 12개 국가가 올해 안에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협상을 벌이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이다. 2011년 기준 환태평양 12개국은 국내총생산(GDP) 26조6000억달러, 무역 규모 10조2000억달러의 거대 경제권을 구성하고 있다. 전 세계 GDP의 5분의 2, 전 세계 수출의 4분의 1이 TPP 경제권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TPP 협상 참여 여부에 대해 그다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미국, 유럽연합(EU), 아세안(ASEAN) 등 주요 경제권을 포함해 47개 국가와 10개의 FTA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쟁국 일본도 올해 여름까지는 참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한·중 FTA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TPP 협상을 ‘발등의 불’로 간주하지 않은 이유였다.
환태평양 12개 참여국가와 무역규범 통일로 비용 감소
일각에서는 TPP에 참여하는 게 수출 증가 등에서 실익이 없다고 주장한다. TPP에 참여하는 나라 가운데 이미 7개국과 FTA를 맺고 있고 나머지 5개국과도 자유무역협정 체결 협상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또 한국이 TPP에 참여하면 일본과 자유무역을 하게 된다는 사실도 참여를 꺼리게 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일본이 TPP 협상에 참여하면서 상황은 크게 바뀌었다. 한국도 더 이상 참여 여부 결정을 미룰 수 없게 됐다.
한국이 TPP에 참여하는 경우 GDP는 약 460억달러 늘어난다. 반대로 일본은 참여하는데 한국은 참여하지 않는다면 TPP 경제권에서 배제돼 GDP가 약 30억달러 줄어든다. TPP에 참여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사이에 약 500억달러(GDP의 2.5%)의 부가가치 창출이 차이 난다는 얘기다. 이는 단순 계산만으로도 50만~55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느냐 마느냐의 차이다. 한국에 TPP는 심대한 실익이 걸린, 놓쳐서는 안 되는 기회인 것이다.
TPP 참여가 우리에게 안겨줄 혜택은 무역장벽 철폐에 따른 시장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 더 큰 실익은 환태평양 12개국 사이에 같은 무역 규범이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원산지 규정이다. 만일 한국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환태평양 12개국에 수출할 때마다 각각 다른 원산지 규정을 지켜야 하지만 TPP의 일원이 되면 12개국에 수출할 때 동일한 원산지 규정을 적용받는다. 이에 따라 거래비용이 줄어들고 FTA 활용도가 올라가 시장 개방 자체보다 더 큰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TPP에 참여하면 일본과의 자유무역에 따른 피해를 걱정하기도 한다. 자동차 등 일본의 경쟁력 있는 제품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반면 일본으로 수출을 늘리는 것은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일본 특유의 내수시장 진입 장벽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이 힘들여 일본 시장을 열지 않아도, 다른 11개 TPP 협상국, 특히 미국이 나서서 일본 시장을 여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울러 동북아 지역의 지정학적 구도와 관련해 TPP 협상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중국이 배제돼 있다는 점 때문이다. 심하게는 TPP를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 TPP가 중국으로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수준의 시장 개방과 무역 규범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TPP를 중국을 배제하는 ‘미국의 영향권’ 내지 경제 블록으로 이해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한국이 TPP에 참여하면 (한국이) 중국을 내치고 미국을 택하는 조치로 중국이 받아들일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는 한·중 FTA를 더욱 가속화함으로써 불식시킬 수 있다. 한국이 TPP에 참여하는 것은 중국과 거리를 두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의 글로벌화를 위해 선택하는 것임을 행동으로 보여주면 된다.
다시 말하자면 차제에 우리가 TPP에 참여하기로 결정한다면 그 시기를 서둘러야 한다. 참여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설왕설래할 시간이 없다. 참여 시기가 이를수록 시장 개방과 무역 규범 제정 과정에 우리 입장을 반영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서둘러 참가해 창설멤버 돼야…개방 폭 등 우리 목소리 반영
또 TPP 협상의 모델로 간주되고 있는 것은 한·미 FTA다. 이는 한·미FTA 이상의 시장 개방이나 그것을 뛰어넘는 무역 규범 강화는 없을 것임을 의미한다. 한국이 TPP에 참여한다 하더라도 한·미 FTA를 성사시킬 때 지급한 ‘참여 비용’ 이상의 값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창설 멤버가 돼야 농축산물 등 민감 품목에 대해 다른 참여 국가들로부터 시장 개방을 늦추는 양해를 얻기 쉽다. TPP 협상이 연내 타결을 향해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참여 시기를 늦춘다면 나중에 농축산물 시장 개방 등 참여 비용은 훨씬 더 커질 공산이 크다.
일부에서는 ‘한·미 FTA를 어렵게 마치고 이제 한·중 FTA 협상이 한창인데 TPP와 같은 큰 협상을 해낼 수 있느냐’는 걱정도 한다. 맞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TPP 협상에 나서기 전 통상 협상 체제를 재정비하고 협상 자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현 단계에서 TPP 조기 참여를 위해 가장 절실한 것은 사회적 합의 도출이다. 수입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문에 대해 이해를 구하는 일이 시급하다. FTA 협상에 나서기 전에 부문별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등 거쳐야 할 관문이 많다.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한 ‘국내 협상’과 함께 기존 TPP 협상국들을 대상으로 한국이 참여할 수 있도록 사전 양해를 구하는 정지 작업도 시작해야 한다.
<김정수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반대 ‘글로벌 FTA網’ 활용이 먼저…서두르다 ‘제2촛불’ 부를수도
지난 20년 넘게 자유무역협정(FTA) 정책을 연구하면서 FTA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하지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에 대해서는 신중론을 제기하는 것에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다. TPP 참여 관련 논의가 실익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보다는 거대 담론에 떠밀려 참여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TPP에 서둘러 참여하더라도 크게 얻을 것도, 나중에 참여하더라도 잃을 것도 별로 없다. 오히려 지금 참여하면 우리 사회가 떠안아야 할 부담이 적지 않다. TPP 참여에 따른 편익을 좀 더 따져보고 실익에 확신을 가질 수 있을 때 참여해야 한다.
TPP 협상이 진행 중일 때 가입하는 것이 TPP 확정 이후 참여하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일본, 호주, 캐나다, 멕시코 등과 수년 동안 FTA 협상을 진행하다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협상을 중단한 경험이 있다. TPP에 참여하면 이들 국가와 FTA 협상을 한꺼번에 타결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때문에 서두르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검토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또한 미국이 제시할 TPP 가입 조건 협상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소고기 추가 개방과 쌀 관세화에 따른 쌀 시장 개방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제2의 촛불 사태’의 뇌관이 될 수 있다.
참여 실익 객관적 평가보다 거대 담론에 떠밀리는 양상
정부는 지난 6월 ‘신통상정책 로드맵’을 확정했다. TPP와 관련된 상황은 지난 6월과 크게 변한 게 없다. 당시에도 일본은 TPP 협상에 참여하고 있었고, 미국은 한국의 TPP 참여를 다각도로 타진했다. 중국의 반발을 고려해 일본이 아세안(ASEAN)을 통해 우회적으로 제안했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은 일본이 TPP에 참여하면서 관심이 크게 줄어든 상태였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이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통합 시장과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 통합 시장을 연결하는 ‘린치핀’(linchpin·핵심축)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로드맵을 통해 언급했다.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한중 FTA와 이미 체결된 한미 FTA를 중심으로 아시아·태평양 경제 통합의 허브 역할을 하겠다는 얘기다. 이는 한·중 FTA 협상에 무게를 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TPP 참여로 급선회해야 할 만큼 대외 통상 환경이 특별히 바뀐 것이 없다. TPP 참여는 신통상정책 로드맵의 근간을 바꾸는 것임에도 산업부는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포럼과 자문회의 등을 열어 여론의 동향을 저울질하는 모양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FTA망을 구축했다. 세계 최초로 미국, 유럽연합(EU), 인도, 아세안과 FTA를 발효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중국과 FTA 협상을 하고 있는 한국이 TPP로 국익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하면 지금까지 체결한 협정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더구나 산업과 통상을 연계시킨다는 취지에서 발표한 신통상정책 로드맵의 부실성이 드러날 판이다.
TPP 지지론자들은 TPP 불참시 한국이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 주도로 아태지역 12개 국가가 참여한 TPP가 ‘21세기형 통상 틀’을 확정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는 FTA 내용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나온 말로 보인다.
정부에서는 TPP 불참에 따른 기회비용과 참여시 예상 경제 효과를 더해 TPP의 긍정적 요인만 제시하고 있다. TPP 참여시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애써 눈을 감고 있다. 최근 통상정책 실무자들은 TPP 배제로 인한 불이익을 강조하면서 참여시 우리 기업의 공급사슬망(SCM) 확충에 기여할 것임을 언급하고 있지만 이 역시 확신하기 어렵다.
한국 끌어들이기에 안간힘 “中企위해 참여” 주장 나올판
TPP 참여 주장 논거의 예로 원산지 기준 통일과 누적 기준도 제시하고 있다. TPP 원산지 규정상 어떤 국가의 기업이 다른 나라에서 생산한 원자재도 해당국 생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유리하다는 것이다.
물론 기업의 FTA 활용에서 가장 큰 애로가 원산지 기준이므로 이 점은 공감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원산지 기준은 산업별로, 국가별로, FTA 상대별로 다르게 설정될 수밖에 없다. 특정 산업이 특정 FTA 아래에서 적합한 원산지 기준도 글로벌 아웃소싱 확대 등과 같은 전 세계 산업 환경 변화에 따라 동태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예컨대 미국이 나서서 몇 개 품목에 대해 단일 원산지 기준을 도입할 수 있다. 농산물 같은 품목은 ‘완전생산기준’이 적용되므로 단일 기준 도입이 역시 가능하다. 이런 품목에 대해 TPP가 동일한 원산지 기준을 도입할 수 있지만 자동차, 전기전자 등 제조공정이 복잡한 품목은 가능하지 않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기존 FTA에서의 시장 개방과 원산지 기준이 그대로 TPP에 반영되는 것이어서 국내에서 말하는 단일 원산지 기준은 한국을 TPP에 끌어들이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 더구나 TPP가 한국과 미국의 FTA를 기본 교재로 사용하고 있어 한·미 FTA를 이행하고 있는 한국이 통상규범적 차원에서 피해를 볼 사항은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니 공급사슬망에서 불리하다고 운운하는 것은 사실상 틀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TPP 주도국들은 TPP에서 중소기업과 관련된 유리한 조항을 한국 중소기업 당국자에게 귀띔하고 있다고 한다. 조만간에 중소기업을 위해 TPP 참여를 주장하는 논자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하면 TPP 참여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지금 추진할 사항은 아니다. 지난 5년간 통상당국이 주장해 왔던 ‘글로벌 FTA망’ 장점을 키우고 경제 실익을 실현시키는 것이 더 시급하다. 미국-EU-인도 등과의 FTA망에다 중국과의 FTA를 조기에 타결하고, 러시아-중동(GCC)-남미(메르코수르)-아세안 개별국과의 FTA를 높은 수준으로 체결하는 것이 TPP보다는 몇 배 더 큰 경제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다.
나아가 한국 기업의 공급사슬망 확충에 결정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 읽을만한 자료
△동아시아 광역 FTA 형성 관점에서 본 한국의 FTA 추진 전략(최병일·이경희, 한국경제연구원, 2013) △FTA 통상론(정인교, 율곡출판사, 2010) △FTA 경제학(손병해, 경북대학교 출판부, 2013)
당초 정부 내에서는 이미 한·미 FTA를 체결했기 때문에 TPP에 참여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한·중 FTA와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TPP 참여가 조심스러운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3월 일본이 TPP 참여를 공식 선언하면서 정부 내 기류가 바뀌었다. 중국도 TPP 협상에 관심이 있다며 참여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TPP 관련 통상산업포럼을 여는 등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
TPP 협상 조기 참여를 두고 찬반 의견은 팽팽하다. 찬성하는 쪽은 TPP 협상에 서둘러 참여해 시장 개방과 통상 규범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입장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협상 참여국들이 지난 8월 브루나이 각료회의에서 연내 타결을 목표로 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만큼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TPP 교섭 참여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TPP의 협상 기준이 한·미 FTA를 모델로 하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불리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협상 참여국 가운데 호주 뉴질랜드 등 농산물 수출국이 많아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에 따른 국내 여론이 나빠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조미현/이태명 기자 mwise@hankyung.com
찬성 GDP 증가 효과만 460억弗…日과 자유무역도 ‘失보다 得’
‘참여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TPP 협상을 둘러싼 한국의 고민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내 의견 조정 과정을 잘 거친다면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한국이 TPP의 일원이 될 경우 잃을 것에 비해 얻는 게 월등히 많고, 참여하지 않는다면 잃을 게 더 많기 때문이다.
TPP는 최고 수준의 시장 개방과 가장 앞선 무역 규범을 이룩하기 위해 환태평양 12개 국가가 올해 안에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협상을 벌이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이다. 2011년 기준 환태평양 12개국은 국내총생산(GDP) 26조6000억달러, 무역 규모 10조2000억달러의 거대 경제권을 구성하고 있다. 전 세계 GDP의 5분의 2, 전 세계 수출의 4분의 1이 TPP 경제권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TPP 협상 참여 여부에 대해 그다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미국, 유럽연합(EU), 아세안(ASEAN) 등 주요 경제권을 포함해 47개 국가와 10개의 FTA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쟁국 일본도 올해 여름까지는 참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한·중 FTA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TPP 협상을 ‘발등의 불’로 간주하지 않은 이유였다.
환태평양 12개 참여국가와 무역규범 통일로 비용 감소
일각에서는 TPP에 참여하는 게 수출 증가 등에서 실익이 없다고 주장한다. TPP에 참여하는 나라 가운데 이미 7개국과 FTA를 맺고 있고 나머지 5개국과도 자유무역협정 체결 협상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또 한국이 TPP에 참여하면 일본과 자유무역을 하게 된다는 사실도 참여를 꺼리게 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일본이 TPP 협상에 참여하면서 상황은 크게 바뀌었다. 한국도 더 이상 참여 여부 결정을 미룰 수 없게 됐다.
한국이 TPP에 참여하는 경우 GDP는 약 460억달러 늘어난다. 반대로 일본은 참여하는데 한국은 참여하지 않는다면 TPP 경제권에서 배제돼 GDP가 약 30억달러 줄어든다. TPP에 참여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사이에 약 500억달러(GDP의 2.5%)의 부가가치 창출이 차이 난다는 얘기다. 이는 단순 계산만으로도 50만~55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느냐 마느냐의 차이다. 한국에 TPP는 심대한 실익이 걸린, 놓쳐서는 안 되는 기회인 것이다.
TPP 참여가 우리에게 안겨줄 혜택은 무역장벽 철폐에 따른 시장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 더 큰 실익은 환태평양 12개국 사이에 같은 무역 규범이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원산지 규정이다. 만일 한국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환태평양 12개국에 수출할 때마다 각각 다른 원산지 규정을 지켜야 하지만 TPP의 일원이 되면 12개국에 수출할 때 동일한 원산지 규정을 적용받는다. 이에 따라 거래비용이 줄어들고 FTA 활용도가 올라가 시장 개방 자체보다 더 큰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TPP에 참여하면 일본과의 자유무역에 따른 피해를 걱정하기도 한다. 자동차 등 일본의 경쟁력 있는 제품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반면 일본으로 수출을 늘리는 것은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일본 특유의 내수시장 진입 장벽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이 힘들여 일본 시장을 열지 않아도, 다른 11개 TPP 협상국, 특히 미국이 나서서 일본 시장을 여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울러 동북아 지역의 지정학적 구도와 관련해 TPP 협상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중국이 배제돼 있다는 점 때문이다. 심하게는 TPP를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 TPP가 중국으로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수준의 시장 개방과 무역 규범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TPP를 중국을 배제하는 ‘미국의 영향권’ 내지 경제 블록으로 이해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한국이 TPP에 참여하면 (한국이) 중국을 내치고 미국을 택하는 조치로 중국이 받아들일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는 한·중 FTA를 더욱 가속화함으로써 불식시킬 수 있다. 한국이 TPP에 참여하는 것은 중국과 거리를 두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의 글로벌화를 위해 선택하는 것임을 행동으로 보여주면 된다.
다시 말하자면 차제에 우리가 TPP에 참여하기로 결정한다면 그 시기를 서둘러야 한다. 참여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설왕설래할 시간이 없다. 참여 시기가 이를수록 시장 개방과 무역 규범 제정 과정에 우리 입장을 반영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서둘러 참가해 창설멤버 돼야…개방 폭 등 우리 목소리 반영
또 TPP 협상의 모델로 간주되고 있는 것은 한·미 FTA다. 이는 한·미FTA 이상의 시장 개방이나 그것을 뛰어넘는 무역 규범 강화는 없을 것임을 의미한다. 한국이 TPP에 참여한다 하더라도 한·미 FTA를 성사시킬 때 지급한 ‘참여 비용’ 이상의 값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창설 멤버가 돼야 농축산물 등 민감 품목에 대해 다른 참여 국가들로부터 시장 개방을 늦추는 양해를 얻기 쉽다. TPP 협상이 연내 타결을 향해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참여 시기를 늦춘다면 나중에 농축산물 시장 개방 등 참여 비용은 훨씬 더 커질 공산이 크다.
일부에서는 ‘한·미 FTA를 어렵게 마치고 이제 한·중 FTA 협상이 한창인데 TPP와 같은 큰 협상을 해낼 수 있느냐’는 걱정도 한다. 맞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TPP 협상에 나서기 전 통상 협상 체제를 재정비하고 협상 자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현 단계에서 TPP 조기 참여를 위해 가장 절실한 것은 사회적 합의 도출이다. 수입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문에 대해 이해를 구하는 일이 시급하다. FTA 협상에 나서기 전에 부문별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등 거쳐야 할 관문이 많다.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한 ‘국내 협상’과 함께 기존 TPP 협상국들을 대상으로 한국이 참여할 수 있도록 사전 양해를 구하는 정지 작업도 시작해야 한다.
<김정수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반대 ‘글로벌 FTA網’ 활용이 먼저…서두르다 ‘제2촛불’ 부를수도
지난 20년 넘게 자유무역협정(FTA) 정책을 연구하면서 FTA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하지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에 대해서는 신중론을 제기하는 것에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다. TPP 참여 관련 논의가 실익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보다는 거대 담론에 떠밀려 참여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TPP에 서둘러 참여하더라도 크게 얻을 것도, 나중에 참여하더라도 잃을 것도 별로 없다. 오히려 지금 참여하면 우리 사회가 떠안아야 할 부담이 적지 않다. TPP 참여에 따른 편익을 좀 더 따져보고 실익에 확신을 가질 수 있을 때 참여해야 한다.
TPP 협상이 진행 중일 때 가입하는 것이 TPP 확정 이후 참여하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일본, 호주, 캐나다, 멕시코 등과 수년 동안 FTA 협상을 진행하다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협상을 중단한 경험이 있다. TPP에 참여하면 이들 국가와 FTA 협상을 한꺼번에 타결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때문에 서두르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검토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또한 미국이 제시할 TPP 가입 조건 협상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소고기 추가 개방과 쌀 관세화에 따른 쌀 시장 개방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제2의 촛불 사태’의 뇌관이 될 수 있다.
참여 실익 객관적 평가보다 거대 담론에 떠밀리는 양상
정부는 지난 6월 ‘신통상정책 로드맵’을 확정했다. TPP와 관련된 상황은 지난 6월과 크게 변한 게 없다. 당시에도 일본은 TPP 협상에 참여하고 있었고, 미국은 한국의 TPP 참여를 다각도로 타진했다. 중국의 반발을 고려해 일본이 아세안(ASEAN)을 통해 우회적으로 제안했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은 일본이 TPP에 참여하면서 관심이 크게 줄어든 상태였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이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통합 시장과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 통합 시장을 연결하는 ‘린치핀’(linchpin·핵심축)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로드맵을 통해 언급했다.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한중 FTA와 이미 체결된 한미 FTA를 중심으로 아시아·태평양 경제 통합의 허브 역할을 하겠다는 얘기다. 이는 한·중 FTA 협상에 무게를 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TPP 참여로 급선회해야 할 만큼 대외 통상 환경이 특별히 바뀐 것이 없다. TPP 참여는 신통상정책 로드맵의 근간을 바꾸는 것임에도 산업부는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포럼과 자문회의 등을 열어 여론의 동향을 저울질하는 모양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FTA망을 구축했다. 세계 최초로 미국, 유럽연합(EU), 인도, 아세안과 FTA를 발효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중국과 FTA 협상을 하고 있는 한국이 TPP로 국익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하면 지금까지 체결한 협정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더구나 산업과 통상을 연계시킨다는 취지에서 발표한 신통상정책 로드맵의 부실성이 드러날 판이다.
TPP 지지론자들은 TPP 불참시 한국이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 주도로 아태지역 12개 국가가 참여한 TPP가 ‘21세기형 통상 틀’을 확정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는 FTA 내용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나온 말로 보인다.
정부에서는 TPP 불참에 따른 기회비용과 참여시 예상 경제 효과를 더해 TPP의 긍정적 요인만 제시하고 있다. TPP 참여시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애써 눈을 감고 있다. 최근 통상정책 실무자들은 TPP 배제로 인한 불이익을 강조하면서 참여시 우리 기업의 공급사슬망(SCM) 확충에 기여할 것임을 언급하고 있지만 이 역시 확신하기 어렵다.
한국 끌어들이기에 안간힘 “中企위해 참여” 주장 나올판
TPP 참여 주장 논거의 예로 원산지 기준 통일과 누적 기준도 제시하고 있다. TPP 원산지 규정상 어떤 국가의 기업이 다른 나라에서 생산한 원자재도 해당국 생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유리하다는 것이다.
물론 기업의 FTA 활용에서 가장 큰 애로가 원산지 기준이므로 이 점은 공감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원산지 기준은 산업별로, 국가별로, FTA 상대별로 다르게 설정될 수밖에 없다. 특정 산업이 특정 FTA 아래에서 적합한 원산지 기준도 글로벌 아웃소싱 확대 등과 같은 전 세계 산업 환경 변화에 따라 동태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예컨대 미국이 나서서 몇 개 품목에 대해 단일 원산지 기준을 도입할 수 있다. 농산물 같은 품목은 ‘완전생산기준’이 적용되므로 단일 기준 도입이 역시 가능하다. 이런 품목에 대해 TPP가 동일한 원산지 기준을 도입할 수 있지만 자동차, 전기전자 등 제조공정이 복잡한 품목은 가능하지 않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기존 FTA에서의 시장 개방과 원산지 기준이 그대로 TPP에 반영되는 것이어서 국내에서 말하는 단일 원산지 기준은 한국을 TPP에 끌어들이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 더구나 TPP가 한국과 미국의 FTA를 기본 교재로 사용하고 있어 한·미 FTA를 이행하고 있는 한국이 통상규범적 차원에서 피해를 볼 사항은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니 공급사슬망에서 불리하다고 운운하는 것은 사실상 틀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TPP 주도국들은 TPP에서 중소기업과 관련된 유리한 조항을 한국 중소기업 당국자에게 귀띔하고 있다고 한다. 조만간에 중소기업을 위해 TPP 참여를 주장하는 논자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하면 TPP 참여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지금 추진할 사항은 아니다. 지난 5년간 통상당국이 주장해 왔던 ‘글로벌 FTA망’ 장점을 키우고 경제 실익을 실현시키는 것이 더 시급하다. 미국-EU-인도 등과의 FTA망에다 중국과의 FTA를 조기에 타결하고, 러시아-중동(GCC)-남미(메르코수르)-아세안 개별국과의 FTA를 높은 수준으로 체결하는 것이 TPP보다는 몇 배 더 큰 경제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다.
나아가 한국 기업의 공급사슬망 확충에 결정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 읽을만한 자료
△동아시아 광역 FTA 형성 관점에서 본 한국의 FTA 추진 전략(최병일·이경희, 한국경제연구원, 2013) △FTA 통상론(정인교, 율곡출판사, 2010) △FTA 경제학(손병해, 경북대학교 출판부,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