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이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가 회복되면서 기업들이 투자자들로부터 매출 성장 압력을 받고 있는 데다, 금리가 오르자 조금이라도 싸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때 계획했던 M&A를 마무리하자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M&A 시장 조사업체인 머저마켓을 인용해 올 들어 9월까지 전 세계 M&A 거래 규모가 1조570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5000억달러)에 비해 4.6% 늘어났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분기가 지날수록 M&A 건수와 규모도 늘고 있어 올해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이후 M&A가 가장 활발한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정보기술(IT) 업체들이다. 올해 최대 규모 M&A 10건 중 7건이 IT 업계에서 나왔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1999년 닷컴 버블을 연상시킨다”고 말할 정도다. 미국 버라이즌이 영국 보다폰이 보유한 버라이즌와이어리스 지분을 1240억달러를 주고 모두 사들이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초부터 M&A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해왔다. 기업들의 현금 보유량이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가가 하락한 상태여서 거래는 좀처럼 활발해지지 않았다. 사려는 기업과 팔려는 기업 간에 가격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분위기가 바뀐 것은 주가 상승세의 영향이 크다. 매물로 나온 기업의 가치가 올라가자 원매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성장에 대한 압력 때문이다. 크리스 벤트레스카 JP모건 글로벌M&A 공동대표는 “기업들이 내년에는 가시적인 매출 성장세를 (주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