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전자계열 지배력 강화 '땅다지기' 해석도
세 번째 '메스'는 석유화학·엔지니어링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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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경제민주화에 대응해 계열사 수를 감축하고,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줄이려는 의도도 있다고 해석한다. 또 두 건의 사업구조조정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사진)의 전자·통신 부문 지배력을 강화함으로써 후계승계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을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SDS+SNS=네트워크 시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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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NS는 1993년 삼성전자에서 분사돼 지난해 서울통신기술에서 삼성SNS로 이름을 바꿨다. 네트워크 구축사업과 카메라모듈 하이패스단말기 디지털도어록 등을 만들어 작년에 매출 5124억원, 세전영업이익 511억원을 올렸다. 최대주주는 지분의 45.69%를 보유하고 있는 이 부회장이다.
삼성SDS는 삼성SNS의 네트워크 인프라 설계·구축 역량을 활용해 중동, 중국 등 해외로 확대중인 ‘스마트타운’ 사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쇼핑몰 도서관 박물관 등에 정보기술(IT)망을 구축해 편리하고 친환경적으로 만드는 사업이다. 삼성SDS 관계자는 “스마트타운 사업에 삼성SNS의 통신 인프라 기술을 활용하고, 홈네트워크·보안시스템 등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용 부회장에 쏠리는 힘
연이은 사업 구조조정이 이재용 부회장의 입지를 높이기 위한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의 2대주주(최대주주는 삼성전자 21.67%)로 8.81%를 갖고 있다. 이번 합병이 끝나면 지분율은 11.26%로 높아진다.
제일모직 패션사업을 사들인 에버랜드도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25.10%)다. 에버랜드와 삼성SDS의 덩치가 커진 만큼 지분 가치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소재전문기업으로 변신한 제일모직도 전자 계열사로 이 부회장이 관장하게 된다.
에버랜드와 삼성SNS의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이들 주식을 가진 이 부회장은 올해 일감몰아주기 관련 증여세를 100억원 가까이 냈다. 상속·증여세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내부거래 비중이 30%를 넘는 회사의 지분을 3% 넘게 갖고 있는 총수 일가는 증여세를 내야해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삼성SNS의 내부거래 비중은 55.6%인데, 이번 합병으로 회사가 사라진다. 매출액 3조원에 내부거래 비중이 46.4%인 에버랜드도 패션 매출 1조8000억원을 더해 내부거래 비율을 30%대로 낮출 수 있다. 당장 일감몰아주기 과세대상에서 빠지진 않더라도, 가능성은 커진다. 삼성으로선 계열사 수를 줄이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추가 개편 대상은
다음 개편 대상으로는 삼성석유화학과 삼성엔지니어링이 꼽힌다. 삼성석유화학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최대주주(33.18%)다. 이에 따라 삼성석유화학과 제일모직과의 합병 가능성도 제기된다. 소재전문회사로 키우려는 제일모직은 삼성 측 지분이 10% 미만(삼성자산운용 불포함)이어서 지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내부거래 비중이 12%인 삼성석유화학도 공정위가 추진중인 일감몰아주기 과징금 대상(내부거래 10% 이상)에서 빠질 수 있다.
삼성물산이 엔지니어링 지분을 사들이는 것도 눈길을 끈다. 물산은 올 상반기까지 엔지니어링 지분이 없었으나 하반기에만 1.82%를 샀다. 향후 건설부문 지배권을 한곳에 몰아주려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현석/윤정현/김보영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