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유동성 위기로 개인들의 기업어음(CP) 투자 손실 문제가 새삼 부각되고 있다. 전문 지식이 상대적으로 낮은 개인들은 고금리에 현혹돼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의 CP나 회사채를 산 뒤 해당 기업이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원금을 떼이는 피해가 반복되고 있어서다. 1만5900여명의 개인투자자들은 동양 계열사 CP에만 456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파악된다.

개인들이 CP나 회사채 투자로 손실을 본 것은 1999년 ‘대우 사태’ 때부터다. 개인들은 1970년대부터 채권형 펀드를 통해 ‘간접 투자’를 해왔지만 그 이전까지 기업 부도로 인해 CP나 회사채가 휴지조각이 되면서 손실을 본 적은 없었다. 정원석 LS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외환위기 전까지 기업 도산 자체가 적었고 도산해도 채권형 펀드는 여러 회사채에 분산투자를 해 수익률이 약간 낮아지는 경우는 있었지만 원금 자체가 손실이 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대우 사태 때는 상황이 달랐다. 워크아웃 직전 대우가 발행한 회사채ㆍCP가 30조7000억원으로 막대했기 때문에 채권형 펀드도 손실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개인들이 펀드를 통해 투자한 대우 회사채ㆍCP를 원금의 최대 95%까지 보상해줬다. 결과적으로 개인 피해가 크지 않았다.

2003~2004년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분식회계 사건과 카드채 사태가 잇따라 발생했을 때도 개인들은 채권시장 마비로 돈을 늦게 찾기는 했지만 금전적 손실은 보지 않았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저금리가 본격화되면서 개인들이 채권형 펀드에서 자금을 빼 금리가 더 높은 비우량ㆍ부실 기업의 CP나 회사채 투자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개인들은 증권사 창구에서 회사채를 직접 매입했고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1~2개 기업 CP에 집중 투자했다. 채권형 펀드 중심의 ‘간접ㆍ분산 투자’에서 ‘직접ㆍ몰빵 투자’로 투자 방식이 바뀐 셈이다. 이로 인해 기업 부도 피해가 CP나 회사채 손실을 통해 개인에게 고스란히 이전되는 구조도 형성됐다.

2010년부터 중견 건설사들이 우후죽순 무너지면서 CP 등에 투자했던 개인들은 연이어 타격을 받았다. 2010년 금호그룹이 위기에 놓이면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CP 5300억원을 보유한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봤다. 2011년엔 LIG건설과 삼부토건, 진흥기업이 연이어 무너졌다. LIG건설은 법정관리 신청 직전 한 달간 1800억원의 CP를 집중 발행해 투자자에게 피해를 줬다.

작년엔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 신청 한 달 전 개인투자자에게 CP를 판매해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고금리에 취한 개인들이 설마 회사가 무너질까하는 막연한 기대로 투기등급이나 비우량 기업 CP와 회사채 매수를 지속해 왔다”며 “본인들이 위험을 안고 한 결정이어서 투자 실패로 인한 최종 책임은 결국 자신에게 있다”고 말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