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와 기업어음(CP). 기업이나 금융회사들이 직접금융시장을 통해 차입금을 조달하는 양대 유가증권이다. 하지만 발행ㆍ유통시장에서 CP는 회사채보다 느슨한 규제를 적용받는 경우가 많아 ‘규제 차익’을 해소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행시장에서 기업들이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선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수요예측(기관들의 수요를 받아본 뒤 금리와 발행액을 최종 결정하는 제도)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CP도 올 5월부터는 만기 1년 이상 등 일정 요건에 해당될 때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도록 제도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수요예측은 받지 않아도 된다. 사실상 회사채와 동일하게 만기 3~5년에 달하는 CP를 발행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또 회사채 발행 때는 사채관리ㆍ상장ㆍ등록수수료 등이 들어가지만 CP는 이런 비용도 없어 기업들은 회사채 대신 장기 CP를 발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통시장도 그렇다. 자산운용업계 단기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의 채권 매매 규제가 대표적이다. 현행 자본시장법 상 MMF는 회사채의 경우 ‘AA-’ 등급 이상만 투자할 수 있는 반면 CP는 ‘A2’ 등급 이상이면 투자가 가능하다. A2 등급 이상 CP는 회사채로 치면 A+~AAA에 해당한다. 때문에 MMF는 동일 A+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에는 투자하지 못하고 CP는 할 수 있는 ‘불균형’이 발생한다.

공경일 하나UBS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MMF로 인한 수급 차이 때문에 A+ 기업이 발행한 CP 금리는 회사채보다 같은 만기라도 구조적으로 0.2%포인트 정도 낮게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로 인해 캐피털사 등 A+급 기업들은 회사채보다는 CP를 통해 자금 조달을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