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 400조원대로 급성장해온 투자일임업 업무를 놓고 은행과 증권사들이 으르렁거리고 있다. 증권업·자산운용업계의 고유 영역으로 분류됐는데 은행들도 새로 뛰어들겠다는 것이다. 지수 2000을 돌파했다지만 외화내빈의 경영난을 겪는 증권업계에는 위기감이 엿보인다. 최근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자산운용업계 대표 간담회(24일), 자본시장연구원 주최 경제콘퍼런스(25일) 등을 잇달아 열고 증권업계가 반대의견을 내놓은 배경이다.

투자일임업은 말 그대로 금융회사가 고객에게서 투자판단을 위임받아 돈을 굴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금융업이다. 자본시장통합법 등 금융관련법에 따라 지금까지 증권업계가 취급해온 이 시장에 은행들이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쉽게 짐작할 만하다. 저금리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예대마진이 줄어들자 은행들이 새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도다. 더구나 프라이빗뱅킹(PB) 영업 과정에서 랩어카운트만큼은 증권사에서 가져다 팔아야 했으니 지난해 총 2625억원에 달한 증권업계의 수수료가 탐날 만도 했을 것이다.

증권업계는 자본시장 파이를 은행에 떼어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물론 과당경쟁의 우려도 있을 것이다. 방카슈랑스에도 진출한 은행들이 이 업무에까지 뛰어들면 불완전 판매의 위험성이 그만큼 커지는 것도 불가피하다. 그렇지 않아도 은행은 당국의 과보호를 받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더구나 상업 은행과 증권업은 리스크의 본질과 종류가 다르다. 은행의 생산성이 문제라면 차라리 점포수를 줄이는 대응책이 나을 것이다. 사실상 과점이며 구조적 관치금융인 은행들이 무차별적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니 은행의 수익성은 점점 낮아질 뿐이다. 차라리 은행 점포를 확 줄이고 별도 사업자로 금융편의점 식의 금융상품 유통 채널을 새로 구축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