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 논란이 불거지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진 장관의 ‘9년간의 굴곡진 인연’도 회자되고 있다. 진 장관은 박 대통령과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기를 반복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1997년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 특보로 정치에 입문한 진 장관이 ‘친박근혜(친박)계’라는 타이틀을 달기 시작한 것은 2004년부터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이 초선 의원이던 진 장관에게 대표 비서실장을 맡아달라고 부탁한 게 계기였다. 이때부터 진 장관은 ‘박근혜의 복심’ ‘핵심 친박’ 등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마냥 평탄하지 않았다. 진 장관이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박 대통령을 지지하면서도 경선 캠프에 참여하지 않은 게 결정적이었다. 진 장관은 “국회의원이 대선 캠프에서 뛰는 건 옳지 않다”는 이유를 댔지만 친박계 사이에서는 “무늬만 친박”이라는 뒷말이 나돌았다. 1년 뒤에는 진 장관이 전당대회에 출마했다가 친박계의 반대에 휘말려 중도 포기하는 일도 벌어졌다.

두 사람이 정치적으로 반대의 위치에 선 적도 있었다. 2010년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을 때, 진 장관이 찬성표를 던진 것이 다. 박 대통령은 당시 정치 생명을 걸고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했다. 이때부터 그에게는 ‘탈박’(친박계에서 벗어남)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진 장관이 친박계로 복귀한 건 지난해 5월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부터다. 당시 진 장관은 이한구 의원과 러닝메이트로 정책위 의장 후보로 나섰는데, 경선 하루 전날 박 대통령은 진 장관의 지역구인 서울 용산을 찾아 봉사활동을 했다.

대선 이후 그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거쳐 복지부 장관에 임명됐다. 다시 한번 ‘박근혜의 핵심 측근’이라는 표현이 붙었다. 하지만 진 장관은 기초연금 문제를 두고 청와대와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이더니 결국 사퇴 의사를 밝혔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