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여인, 부인이라며 채 총장 집무실 방문" 법무부 '혼외 아들' 정황 자료 확보
법무부가 27일 채동욱 검찰총장(사진)의 혼외아들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결과를 발표하면서 청와대에 채 총장의 사표를 수리해 달라고 건의했다.

‘혼외아들’ 의혹이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결정적인 정황을 확보했다고 발표했지만 채 총장의 아들로 지목된 A군 관련 직접증거는 제시하지 않아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진 못했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각도로 진상을 규명한 결과 의혹이 사실이라고 의심하기에 충분한 정도의 참고인 진술을 확보했다”며 “채 총장이 부적절하게 처신했다고 인정할 만한 진술 및 정황자료를 확보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부적절한 처신의 정황으로는 △(채 총장의 내연녀로 지목된) 임모씨가 경영한 부산의 카페와 서울의 레스토랑에 채 총장이 상당 기간 자주 출입한 점 △임씨가 2010년 채 총장의 부인이라고 칭하면서 당시 고검장이었던 채 총장의 집무실을 방문한 점 △대면 요청을 거절당한 임씨가 부속실 직원들에게 “피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꼭 전화 달라고 전해 달라”고 말하는 등 채 총장과의 관계를 의심케 하는 말을 한 점 △임씨가 해당 의혹이 보도되기 직전인 지난 6일 새벽 여행용 가방을 꾸려 잠적한 점 등을 제시했다.

조상철 법무부 대변인은 그러나 법무부가 확보한 자료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말하기 어렵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갑자기 진상규명 결과를 발표하고 채 총장의 사표를 처리해 달라고 청와대에 건의한 배경에 대해서도 “이미 사표 수리를 건의했고 진상규명도 마무리 단계라 발표한 것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진상규명만 하고 감찰은 하지 않겠다”며 채 총장에 대한 추가 감찰은 없으리란 점도 분명히 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정식 감찰에 돌입하더라도 당사자들 협조 없이 유전자 검사 등 직접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한계를 염두에 둔 결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조 대변인은 “어차피 (법무부가) 생물학적으로 유전자 검사를 하는 게 불가능한 데다 임씨도 지금 잠적 상태 아니냐”며 “채 총장이 진상규명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 점, 검찰이 조속히 정상화돼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대검찰청은 법무부의 진상규명 발표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채 총장의 변호인단도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만 밝혔을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청와대도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그동안 ‘선(先)진상규명·후(後)사표처리’ 방침이었던 만큼 더 이상 사표 수리를 미룰 명분이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파문은 지난 6일 조선일보가 “채 총장이 임씨와의 사이에 11세 된 아들을 뒀다”며 관련 의혹을 최초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채 총장은 결국 법무부가 13일 감찰 방침을 밝히자 사의를 표명했고 청와대는 진상규명 이후로 사표 수리를 미뤄왔다. 채 총장이 24일 조선일보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 청구 소송 첫 기일은 내달 16일이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