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의 태동지' 부산 중구가 옛 명성 되찾기에 나섰다.

1996년 첫 개봉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중구 남포동 'BIFF광장'에서 시작됐다.

당시 광장 인근은 부산극장, 국도극장, 제일극장 등 대형극장이 몰려있는 '영상문화의 메카'여서 영화제가 이곳에서 시작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나 2002년 영화제 측이 돌연 행사 장소를 중구와 해운대구 두 곳으로 이원화해 운영하면서 '영상메카'로서 중구의 명성은 빛이 바래지기 시작했다.

영화제 측이 이런 결정을 한데는 중구의 숙박시설 부족과 광장의 협소함 때문이었다.

또 관객몰이가 안 되는 영화제 초창기이다 보니 소위 '잘나가던' 중구 영화관에서 대관문제로 푸대접을 당한 탓도 있었다.

그렇게 이원화 운영되던 영화제는 급기야 2011년 중구 영화관들에 '상영작 0편'이라는 굴욕을 안기며 '해운대 시대'의 전성기를 알렸다.

중구에 남은 것은 고작 '전야제' 하나였다.

그나마 지난해 영화제 측의 배려로 35편의 영화가 중구에서 상영됐지만 공식 상영작도 아니고 고전위주의 작품이어서 관객의 반응은 냉담했다.

중구는 올해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옛 명성을 부활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특히 올해는 영화제 측이 중구에 '공식 상영작'만 45편을 배정했고, 이 중에는 영화감독으로 깜짝 변신한 배우 하정우의 작품 '롤러코스터' 등 기대작도 포함됐다.

BIFF광장에서 '감독·배우와의 만남' 등 야외행사만 8번이 예정됐다.

구는 과감하게 자체예산을 투입하고 자체 행사도 다채롭게 기획했다.

구는 영화제 기간 매일 1회 BIFF광장에서 '야외 칵테일파티'를 연다.

인근에는 특설무대를 꾸미고 영화 OST 부르기 경연대회인 '나는 부산 가수다'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관광객들이 핸드프린팅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하는 체험행사도 마련했다.

또 기존 전야제 행사를 10여 분 늘린 50분으로 편성해 프로그램을 내실화하고, 해운대에서만 열리는 개막식을 BIFF 광장에서도 볼 수 있도록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기로 했다.

장인철 중구 문화관광계장은 "해운대에 없는 '남포동의 멋'을 보여줄 것"이라면서 "씨앗 호떡을 먹으며 영화를 보고 영화가 끝나면 국제시장, 깡통시장 골목을 누비며 꼼장어를 먹을 수 있는 중구만의 콘텐츠를 부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8월 완공 예정인 부산 롯데타운 엔터테인먼트동도 중구의 옛 명성 찾기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곳에는 2천323석 규모의 상영관 11곳이 문을 연다.

상영관은 롯데시네마의 명품라인인 샤롯데관을 비롯해 첨단 기술이 접목된 4D관, 외국인 관광객에게 다국어 자막을 지원할 수 있는 인터내셔널관도 입점할 예정이어서 내년에는 더 많은 공식 상영작이 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무엇보다도 영화제에 목말라 있는 서부산권 시민들의 지원이 있다.

직장인 이모(29·서구 암남동) 씨는 "서부산에 사는 사람은 영화제에서 소외되기 쉬운데 이번에는 예전처럼 남포동에서 영화를 볼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린다"면서 "올해를 계기로 남포동에서의 영화제가 확 되살아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은숙 중구청장은 "영화 1번지 명성을 되찾기 위한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rea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