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상하이 관광 페스티벌을 맞아 28일 상하이 밤하늘에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상하이신화연합뉴스
제10회 상하이 관광 페스티벌을 맞아 28일 상하이 밤하늘에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상하이신화연합뉴스

중국의 새로운 개혁·개방 메카로 떠오른 상하이자유무역구가 29일 닻을 올렸다. 상하이시는 이날 한정 상하이시 서기와 가오후청 상무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상하이자유무역구 및 자유무역구관리위원회 현판식을 열었다. 상하이자유무역구는 30여년 전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끌었던 선전의 경제특구와 비교된다.

중국이 선전을 통해 외국 제조 공장을 받아들였다면 이제 상하이를 통해 금융 통신 등 서비스업을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하나은행 농협은행 등을 비롯한 한국 기업들도 현지에 지점 설립을 검토하는 등 적극 참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계의 공장'서 '글로벌 금융허브'로…中 혁신 실험

○개혁 조치 제한적 실행 가능성

상하이자유무역구의 가장 큰 특징은 개방이다. 서비스업 분야에서 외국 기업들도 중국 기업들과 평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상품과 자본의 국경도 없앴다. 상하이 당국은 이를 위해 적절한 외환관리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반관영통신사인 중국신문망은 이날 상하이자유무역구의 5대 특징으로 △외국인 투자에 네거티브리스트 방식(금지규정 이외의 것은 모두 허용) 적용 △관세 및 비관세 장벽 철폐 △서비스업 대외 개방 △금융개혁 △위안화 국제화 등을 들었다. 이 통신은 “새 정부는 시장을 통한 효율적 자원 배치를 강조하고 있다”며 “개방과 함께 국내 개혁도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자유무역구관리위원회는 이날 첫 업무로 자유무역구에 지점 신청을 한 공상 농업 중국 건설 교통 차오상 상하이 푸둥개발은행 등 8개 중국 은행과 씨티 싱가포르개발은행 등 2곳의 외자은행 등 모두 10개 은행에 설립증명서를 발급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비록 파격적인 조치들을 공포했지만 실제 구체적인 조치들은 제한적으로 시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금리 자유화, 위안화 환전 자유 등의 금융개혁도 “리스크 통제를 전제로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또 금리가 자유화된 자유무역구와 그렇지 않은 외부 지역과의 자금흐름도 완전히 차단하는 방법을 강구 중이다. 당국이 상하이 자유무역지대를 분리된 4곳의 보세구역으로 한정한 것도 외부 파장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진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정부는 자유무역구의 부작용으로 경제가 타격을 받지 않도록 하면서도 개혁 실험을 너무 제약해 효율성을 떨어뜨리지 않아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상하이자유무역구의 영향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가 17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8명은 상하이자유무역구가 앞으로 5년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7명은 중국의 GDP를 0.1~0.5%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나머지 1명은 GDP 증가율을 0.5~0.9%포인트 높일 것이라고 응답했다.

○한국 기업들에도 기회

상하이자유무역구는 한국 기업들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다. 특히 중국 내에서 지점 설립과 업무영역에 제한을 받고 있는 은행과 수출입 물동량 증가로 사업 기회가 많을 것으로 보이는 물류 종합상사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은행 중에서는 하나은행이 가장 적극적이다. 이 은행은 자유무역구에 지점 설립을 신청키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 우리 국민은행 등도 세부적인 조건이 나오면 지점 설립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국의 한국계 은행 관계자는 “자유무역구 내에 설립되는 은행은 소비자금융보다는 무역결제나 파생상품 등으로 수익을 내야 하지만 한국계 은행들이 이를 감당하기 쉽지 않다”며 “경쟁도 치열해 최소 3~4년은 적자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상하이와 물류허브를 다투던 부산항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상하이자유무역구는 국제수출입 환적업무를 시행하면서 선박 등록을 장려하고 운영 허가를 간소화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연간 90만TEU의 환적 컨테이너를 유치할 예정이다. 김명신 KOTRA 상하이무역관 차장은 “칭다오나 다롄에서 온 화물이 상하이에서 환적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그동안 많은 외국 운송사가 부산항을 이용했다”며 “상하이에서 환적 업무를 하면 부산항의 환적 화물 중 31%를 차지하는 중국 물량이 대거 빠져나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