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극적 타결인가, 17년 만의 연방정부 폐쇄인가.’

미국이 29일(현지시간) 하루 숨죽였다. 연방정부가 예산을 집행하지 못해 정부기관 일부가 문을 닫아야 하는 ‘연방정부 셧다운’이 몇 시간 앞으로 다가왔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극적 타결을 이루지 못하면 10월1일부터 82만명의 연방 공무원이 강제 무급휴가를 떠나고 일부 정부기관에 업무 차질이 발생해 경제에 큰 충격이 불가피하다.

양당 지도부는 데드라인을 하루 앞둔 29일 “우리는 정부 폐쇄를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협상테이블에 앉지 않았다. 상원은 30일 오전까지 휴회에 들어갔다.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상원은 하원이 통과시킨 잠정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상원이 30일 오전까지 빈둥빈둥하는 것은 오만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은 29일 오전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 시행 1년 연기와 의료장비 세금부과 폐지를 조건으로 10월부터 12월 중순까지의 잠정 예산안을 마련, 통과시켰다.

앞서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은 아무 조건을 달지 않는 예산안을 마련해 하원에 넘겼다. 상원과 하원이 각각 예산안을 마련해놓고 서로에게 양보를 요구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상원이 아무 조건을 달지 않고 통과시킨 예산안을 하원에서 통과시키면 정부 폐쇄 위기는 해결할 수 있다”고 책임을 베이너 의장에게 전가했다.

현지 언론들은 정부 폐쇄가 임박해졌다면서도 막판 10시간 동안 극적 타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했다.

상원이 30일 오후 2시에 전체회의를 열어 하원에서 넘어온 잠정 예산안을 수정, 하원에 넘기고 하원이 이를 통과시켜 대통령의 서명을 받는 시나리오다. 양당 모두 정부 폐쇄에 따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극적으로 타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올초 대규모 세금 인상에 따른 ‘재정절벽’ 협상 때도 하루를 남겨두고 극적 합의했다.

하지만 양당 보좌진은 현재 분위기라면 지난 3월 발동한 연방정부의 예산자동 삭감(시퀘스터) 조치처럼 셧다운도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셧다운이 현실화되면 경제 충격이 1995년, 1996년 셧다운 때보다 훨씬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뉴욕에 있는 사르한 캐피털의 애덤 사르한 최고경영자(CEO)는 “셧다운이 실현되면 가늠하기 힘든 불확실성에 직면할 것”이라며 “다우존스지수가 즉각 200포인트가량 빠질 수 있고 어쩌면 하락 폭이 1000포인트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