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매각 줄줄이 무산…추락하는 건설사 몸값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워크아웃·법정관리 건설사들이 새 주인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법정관리·워크아웃에 들어간 시공능력 100위권 건설사 20여곳 중 최근 5개 건설사가 매물로 나왔지만 인수합병(M&A)이 지연되고 있다.

쌍용건설은 최근 독일계 엔지니어링 회사인 M+W와 벌인 수의계약 협상이 무산돼 다시 공개매각 절차를 밟게 됐다. 지난해 다섯 차례 매각공고를 냈지만 불발로 그쳤고, 올 들어서는 워크아웃 이후 두 번째 매각 시도다. 쌍용건설은 상반기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약 11억달러 해외수주를 앞두고 있어 기대감이 커졌지만 매각금액을 놓고 채권자와 M+W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관리 중인 동양건설산업은 지난 5월 노웨이트 컨소시엄을 인수자로 선정했지만 재무적 투자자의 이탈로 중도금을 마련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됐다. 동양건설산업은 지난 25일 다시 매각공고를 내고 인수자를 찾고 있다.

LIG건설은 지난 8월 매각 입찰을 했지만 한 곳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매각이 유찰됐다. 벽산건설 역시 인수자 선정을 다음달 말로 연기했다. 인수의향 업체가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을 이유로 일정 연기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남광토건도 수차례 매각이 무산돼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재매각을 준비 중이지만 아직 매각 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2011년 성지건설과 신일의 매각이 성사된 뒤 지난 7월 연합자산관리에 인수된 신성건설을 제외하면 건설사 M&A에서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외국계 기업과 사모펀드뿐만 아니라 이랜드 등 일부 국내 기업이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경험과 기술력을 가진 건설사가 매각이나 기업 M&A를 통해 회생하지 못한다면 산업 경쟁력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건설업 투자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15.5%대에 이를 정도로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이현일/정영효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