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우 서울대 교수가 로봇 팔 모형을 들어 보이며 로봇이 움직이는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박종우 서울대 교수가 로봇 팔 모형을 들어 보이며 로봇이 움직이는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미래의 모습을 그린 영화 속에서 로봇은 인간의 일상에서 같이 생활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집에서 빨래를 개거나 홍차를 따라주며, 요양시설에서 노인들의 잔심부름을 도맡기도 한다.

지난달 30일 연구실에서 만난 박종우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이렇게 로봇이 사람과 함께 생활하기 위해서는 배우는 능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공장에서 보듯 지금까지의 로봇은 정해진 대로만 움직였다. 정확하지만 주어진 일밖에 처리하지 못했고 움직임이 빠르기 때문에 주변에 사람이 접근하는 것은 위험했다. 인간형 로봇이 개발돼 계단을 오르는 모습도 보이지만, 이 역시 계단의 높이와 폭이 조금만 달라져도 넘어지기 쉽다.

미국 MIT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응용수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딴 박 교수는 로봇의 동작제어와 지능, 학습과 관련된 수학 알고리즘을 연구하고 있다.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지난달에는 5년 임기로 국제학술지 ‘트랜잭션즈 온 로보틱스’ 편집장에 임명됐다. 이 저널은 전기·전자·컴퓨터·통신 분야 세계 최대 학회인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가 격월로 발행한다.

○수학으로 로봇 지능·제어 연구

로봇이 사람처럼 3차원 공간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다. 각 관절의 위치와 회전을 조합해 움직임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사람의 팔만 해도 어깨 팔꿈치 손목 손가락 등 여러 관절이 있는데, 이를 두뇌가 어떻게 움직이게 하는지는 의학계에서도 아직 수수께끼”라며 “로봇도 이같이 3차원 공간에서 최적의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해선 수백에서 수천개 변수로 이뤄진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해진 동작만 원한다면 각 관절의 움직임을 미리 프로그래밍해두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구현이 쉽다. 하지만 어떤 환경에 맞닥뜨렸을 때 로봇이 알아서 움직이기 위해서는 로봇이 스스로 생각해 답을 구해야 한다. 그는 “뛰거나 던지는 것처럼 단순한 동작에 대해 최적의 값을 계산하는 것까지는 진행이 됐다”며 “골프 스윙 같은 복잡한 동작에 대해서도 보다 빠르고 간편하게 최적값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했다.

또 지금은 환경 변수를 직접 입력해주고 있지만, 앞으로는 로봇이 사람이 하는 동작을 눈으로 보고 따라 할 수 있는 쪽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빨래를 개는 동작을 컴퓨터로 프로그래밍하지 않고 로봇 앞에서 보여주기만 해도 된다는 것이다. 그는 “로봇의 지능은 장기를 잘 둔다든지 미로를 잘 찾는 것보다 배우는 능력이 우선이다”고 강조했다.

○‘로봇 시대’가 열리기 직전

박 교수는 우리가 ‘로봇 시대’가 열리기 직전의 대전환기에 있다고 했다. PC가 모습을 드러내고 이후 엄청난 속도로 발전을 거듭하기 시작했던 1970년 중후반 시대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는 “30년 전부터 로봇의 시대가 열릴 것이란 말이 있었기 때문에 이제 그 말을 안 믿는 사람도 많다”며 “하지만 그동안 부품값이 크게 떨어지고 지능·제어·센싱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달하면서 로봇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할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말했다.

또 그 시발점은 빠르고 정확하게만 움직이는 산업용 로봇이 아니라 사람과 같이 생활하는 로봇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작년에 사람의 동작을 따라 하는 백스터란 로봇이 약 2000만원의 가격에 나와 화제가 됐다”며 “물론 아직 사람보다 느리지만 사람만큼 빨라진다면 중소기업에서 박스 포장과 같은 단순 노동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 같은 기업이 PC를 통해 대기업으로 거듭났듯 로봇 분야에서도 지금은 조그만 기업들이 대부분이지만 이 중에서 미래 글로벌 기업이 탄생할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지금 스마트폰 앱을 만들듯 누구나 관심이 있으면 로봇을 쉽게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며 “다양한 아이디어의 로봇이 개발되는 가운데 점점 로봇이 우리 일상에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