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물러났지만 혼외아들 의혹은 더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번에는 임씨 집 가사도우미였던 이모씨로부터 “아이 아빠가 채 전 총장이 맞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이 여인은 채씨가 임씨 집에서 아이 돌잔치까지 해주는 등 자주 자고 갔고, 자신이 밥도 차려줬다며 연하장까지 제시했다. 물론 채 전 총장 측은 이번에도 “엉뚱한 사람과 착각했는지 모르겠다.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채씨 측은 법무부가 최근 발표한 진상조사 내용까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새로운 의혹이 잇따르고 물증이 나와도 채씨는 부인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결국 온갖 억측만 난무한다. 사실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둘이 아니다. 문제를 제기한 조선일보에 강경 대처할 것처럼 하다가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취하한 것부터 그렇다. 채씨 측은 유전자 검사를 하겠다고 말을 하면서 임모씨의 소재지가 밝혀진 지금도 어디 사는지조차 모른다는 식이다. 진상을 규명할 의지가 있기나 한 것인지 의문을 갖게 된다.

채씨의 이런 태도가 이번 사건을 무슨 미스터리처럼 몰아 가고 있다. 진실과 팩트는 관심조차 없다는 듯 여론조차 뿌리 깊은 당파성에 따라 양분되는 양상이다. 조선왕조 후반기를 관통했던 치졸한 당쟁을 상기시킨다고 할 정도다. 임진왜란 전 일본을 방문하고 돌아온 통신사들의 엇갈린 보고는 지금 생각해도 모골이 송연한 일이다. 파당주의에 사로잡혀 사실조차 왜곡하는 어처구니없는 정치갈등이 지금 정치 여론을 관통하고 있다. 팩트조차 정치로 둔갑시키는 치졸한 음모론이 판을 치는 나라가 되고 말았다.

믿고 싶은 것만 믿겠다면 진실은 보이지 않는다. 광우병 괴담을 상기시키는 온갖 음모론과 억측이 지금 한국 민주주의를 병들게 하고 있다. 사실 국정원 사건이라는 것부터가 그렇다. TV 드라마는 막장이요 정치는 온통 싸구려 음모론이 판을 친다. 국민 교양의 수준 문제이며 정치권의 자질 문제다. 결국 수사로 풀 수밖에 없다.

이미 일부 시민단체들이 검찰에 고발해 놓은 사건들을 철저히 수사하면 될 것이다. 언제까지 비열한 언어의 장난을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