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1일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의 범위를 입법예고하면서 삼성 현대자동차 등 주요 그룹 계열사의 내부 거래에 대한 본격적인 감시가 이뤄질 전망이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1일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의 범위를 입법예고하면서 삼성 현대자동차 등 주요 그룹 계열사의 내부 거래에 대한 본격적인 감시가 이뤄질 전망이다. /연합뉴스
내년 2월부터 삼성에버랜드, 이노션, SK C&C, (주)LG, (주)GS 등 주요 그룹 핵심 계열사들이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는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경제 활성화를 앞세우면서 당초 공정거래위원회가 마련한 방안보다 규제 대상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범위가 여전히 넓어 기업 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과징금, 연간 매출의 최고 5%

에버랜드·이노션·SK C&C…122개 대기업 계열사 '일감 규제'
공정위는 1일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는 기업의 총수 일가 지분율을 상장사 30% 이상, 비상장사 20% 이상으로 정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총수가 있는 자산 5조원 이상의 기업집단 내 계열사가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다른 계열사와의 부당 거래를 막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지난 7월 국회를 통과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개정안은 △정상적 거래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 △불합리한 사업 기회 제공 △합리성이 없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 등 크게 세 가지를 금지 행위로 명시했다. 이 같은 기준을 위반한 거래에 대해선 관련 매출의 최고 5%까지 과징금이 부과된다. 개정안을 구체화한 시행령에 따르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적용되는 기업 범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수가 있는 자산 총액 5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상장사 30개, 비상장사 178개로 대기업집단 39개곳의 208개사다. 대기업집단은 모두 43개지만 현대중공업 금호아시아나 등 4개 대기업집단은 해당 계열사가 없다.

○실제 규제 대상은 120개 이하

하지만 예외 규정을 적용하면 실제 규제 대상은 줄어든다. 공정위는 여러 사업자와 비교·평가하는 합리적인 고려 없이 총수 지분율이 높은 회사와 상당한 규모의 거래를 하는 행위를 부당 거래로 보고 있다. 다만 ‘상당한 규모’와 관련해 ‘거래 상대방의 연간 내부거래 비중의 12% 미만이고 연간 매출의 200억원 미만’에 해당하는 기업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8개 가운데 롯데 신세계 등 3개 대기업집단의 모든 계열사를 비롯해 86개 기업이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총 규제 대상은 122개가 된다.

공정위는 또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에 대한 규제 조항에도 예외적인 내용을 제시했다. ‘정상가격과 차이가 7% 미만이고 연간 거래 총액이 200억원 미만’인 기업들이다. 노상섭 공정위 시장감시총괄과장은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관련 문구가 ‘현저한’에서 ‘상당한’으로 강화되면서 기존 기준인 ‘정상가격과의 차이 10%’에서 30% 정도 규제 수준을 높여 7% 이상은 일감 몰아주기로 간주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즉 규제 대상인 122개 기업에 대해 내부거래 가격이 7% 미만이고 연간 거래액이 200억원 미만이면 정상 거래로 판단해 규제에서 제외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최근 삼성SDS와 합병하기로 한 삼성SNS, 그룹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동양의 동양레저 등도 규제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전체 대기업 계열사 1519개 중 110~120개가 실제 규제를 받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재계 우려 여전

이번 시행령은 공정위의 원안보다 규제 수위가 낮아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일괄적인 규제가 정상적인 거래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규제 대상인 총수 일가 지분율 기준선을 50% 이상으로 정할 것을 요구해왔다. 재계 관계자는 “지배주주의 사익 편취 행위를 규제하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는 정상적 기업 활동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기업 기밀 등 보안 문제와 직결된 시스템통합(SI) 업무, 경영 효율을 위한 수직계열화 목적의 내부 거래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세종=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에버랜드·이노션·SK C&C…122개 대기업 계열사 '일감 규제'
*삼성SNS는 삼성SDS와 연내 합병 후 적용 제외 예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