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와 신라뿐 아니라 백제에도 국립대학에 해당하는 태학(太學)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백제 유민의 묘지명(墓誌銘)이 중국 당나라 때 수도 시안(西安)에서 발견됐다.

백제 부흥운동사 전공인 김영관 제주대 사학과 교수는 5일 충남 공주시 공주대에서 열리는 제6회 백제문화 국제심포지엄에서 시안 대당서시박물관에 있는 백제 유민 진법자(陳法子)의 묘지명을 분석해 공개한다.

김 교수에 따르면 진법사는 웅진도독부 서부 출신으로 백제무왕 16년(615년)에 태어나 기모군(旣母郡)의 좌관(佐官)으로 관직에 진출한 이래 품달군(稟達郡)의 군장(郡將)을 지냈다. 그러다가 660년 5월 나당 연합군에 백제가 협공을 받자 당군에 투항하고 당나라로 들어가 여러 관직을 거쳤다. 690년 2월 76세로 세상을 떠난 그는 691년 3월 시안에서 장례를 치르고 묘지를 세웠다.

여타 당나라 묘지명과 달리 묘주(墓主)의 가계를 증조부터 기록한 이 묘지명에는 그의 증조가 이름은 진춘(陳春)으로 본방(本邦), 즉 백제에서 ‘태학(太學)의 정(正)’을 지냈으며 관등은 은솔(恩率)이었다는 내용이 나온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