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세계적인 흥행작 ‘노트르담 드 파리’를 연출한 질 바으는 2009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월간지 ‘더 뮤지컬’과의 인터뷰에서 “프랑스에서는 이 작품을 뮤지컬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음악적인 스펙터클 쇼’ 정도로 부른다”고 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막을 올린 ‘노트르담 드 파리’ 한국어 공연은 이 작품에 따라붙는 ‘프랑스 국민 뮤지컬’이란 수식어보다 ‘스펙터클 쇼’라는 연출가의 설명에 재차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무대였다.

1998년 파리 ‘팔레 데 콩그레’ 극장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이전에 볼 수 없던 독창적인 무대예술 양식을 선보였다.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시적인 가사로 축약한 50여편의 노래를 단순하고 상징적인 무대세트와 조명, 현대무용 발레 브레이크댄스에 ‘태양의 서커스’를 연상시키는 아크로바틱(공중 곡예)까지 동원한 안무 등으로 형상화해 압도적인 시청각 이미지를 창출한다.

오페라 용어를 빌리자면 극을 진행하는 대사 역할을 하는 레치타티보 없이 등장인물의 감정과 심리를 표현하는 아리아가 쉴새 없이 이어진다. 잘 짜인 드라마와 극적 구성을 중요시하는 영미권 뮤지컬과는 완전히 다른 구조와 형식이다.

초연 때부터 라이브 연주가 아닌 ‘녹음된 음악’(MR)을 사용한 것도 이 작품의 특징이다. 연주 행위를 빼놓을 수 없는 뮤지컬보다는 대규모 극장 쇼의 특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세계 각국에서 이뤄진 공연은 모두 바으의 초연 버전이다. 극장과 출연진, 언어만 다를 뿐 음악과 대본은 물론 세트와 의상 조명 안무가 같은 ‘레플리카’ 방식이다.

이번 공연도 마찬가지다. 세부적인 세트 움직임이나 안무 동작, 심지어 커튼콜 무대까지 2005년 세종문화회관 오리지널 국내 초연이나 1999년 파리 공연을 녹화한 DVD 버전과 차이가 없었다. 매혹적인 볼거리의 감동은 뒤질 게 없었다. 하지만 청각적인 만족도는 크게 떨어진다. MR 공연의 한계가 드러난다. 무엇보다 재생음과 마이크 볼륨이 너무 크다. 무대 양옆 상단에 있는 스피커가 음량을 견디지 못하고 ‘노이즈’를 자주 낸다. 음악이 가진 매력을 크게 떨어뜨린다.

배우들이 여리게 불러야 할 때나 세게 내질러야 할 때나 귀에 전해지는 음량은 비슷했다. DVD나 CD로 들었던 음악의 셈여림이 느껴지지 않았다. MR과 노래 음량이 모두 크다 보니 가사 전달력도 떨어진다. 녹음된 반주와 ‘실연(實演)’인 가창의 보다 적합한 어울림이 아쉬웠다. 전체적으로는 ‘대극장 쇼’인 작품의 음악과 뮤지컬 전용 극장인 공연장의 ‘궁합’이 잘 맞지 않는 느낌이었다. 공연은 내달 17일까지, 6만~13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